오랜만에 휴가를 내서 설 연휴 직전에 2박 3일 일정으로 대마도를 다녀왔습니다. 서로 다른 일을 하는 다섯 명의 일정을 한꺼번에 맞추려다 보니 이때밖에 시간이 나질 않아서 조금 걱정했는데 휴일을 전혀 끼지 않은 평일 일정이라 그런지 예산이 상당히 저렴하게 잡혀서 엠티가는 느낌으로 비교적 가볍게 다녀올 수 있었습니다.


새로 이전한 부산항 국제여객터미널은 이번에 처음 가봤는데요, 예전 중앙동 터미널보다 부산역에서 많이 가까워진데다 시설도 쾌적해져서 한결 좋더군요. 부산역과 터미널 사이에 순환버스도 다닙니다만 중앙동 시절에도 항상 걸어다녔기에 이번에도 살살 걸어서 터미널로 향합니다.


연휴를 앞두고 있어서 그런지 월요일인데도 여행객들로 청사가 가득 차 있었습니다.


발권을 위해 대아고속해운 창구로 갑니다. 예전에 카멜리아나 하마유를 이용했을 때에는 승선신청서를 따로 적었던 걸로 기억하는데 오션플라워는 그런 것 없이 여권이랑 터미널이용료 및 유류할증료에 해당하는 현금만 챙겨가면 되네요. (제가 탑승했던 2018년 2월 기준으로 터미널이용료는 4,300원, 이즈하라까지의 유류할증료는 3,000원이었습니다.)


저희가 예약했던 오션플라워는 아침 9시 10분 출항이라 KTX로도 시간을 맞추기가 어려웠기에 전날 미리 내려와서 부산역 앞 토요코인에서 추가로 1박을 더 했습니다. 그리고 저희는 각자 홈페이지를 통해 개별적으로 예약을 했는데요, 예약 시점에 미리 좌석이 결정되는지 발권은 한꺼번에 했음에도 불구하고 자리는 전부 따로 배정되더군요.


짐 검사와 출국심사를 받고 보세구역에 들어왔습니다. 일단 인터넷으로 주문한 면세품을 찾은 뒤에 면세점을 한번 둘러보니 담배나 술은 대체로 오션플라워 선내보다는 조금 더 비싼 것 같았습니다. (에쎄 수 기준으로 한 보루에 22불) 다만 세 보루를 사면 5,000원을 할인해주는 행사가 있어서 그걸 적용받으니 선내 가격이랑 얼추 비슷해졌습니다.


출항시간이 가까워져서 배에 오르기 위해 탑승구로 갑니다.


제가 탑승한 1층 선실은 이렇게 좌석이 3개씩 5열로 배치되어 있었습니다. 리클라이닝은 되지 않는 것 같았습니다만 특별히 불편한 점은 없었습니다. 2층은 우등석이라고 하는데 아마 이것보다는 넓겠죠?


2층으로 올라가는 계단 아래에는 이렇게 면세점이 있어서 담배와 주류, 간단한 주전부리 등을 판매하고 있었습니다. 면세품 가격은 대아고속해운 홈페이지와 발권 카운터에도 게시되어 있고 탑승하기 전에 문자로도 보내주니 미리 부산항 면세점과 비교해보실 수 있습니다. 아래는 제가 탑승할 때 문자로 받았던 면세품 품목과 가격 정보입니다.

<국내산 담배 14종>

  • 에쎄골든리프(3mg/1mg)-32,000원

  • 에쎄골드(3mg/1mg)-26,000원

  • 에쎄프라임/에쎄원/에쎄체인지원

  • 에쎄수(1mg/0.5mg/0.1mg)

  • 시즌/심플에이스5mg

  • 더원(오렌지/화이트)-이상 10종 22,000원


<외국산 담배 10종>

  • 던힐(6mg/1mg)

  • 메비우스(스카이블루/윈드블루)

  • 버지니아(슬림골드/슈퍼슬림원)

  • 팔라멘트(라이트/원)

  • 말보로(골드/레드)-이상 10종 25,000원


<양주 8종>

  • 발렌타인30년(700ml)-250,000원

  • 발렌타인21년(700ml)-88,000원

  • 발렌타인17년(700ml)-55,000원

  • 조니워커블루(750ml)-130,000원

  • 조니워커블랙(1L)-40,000원

  • 로얄샬루트21년(700ml)-110,000원

  • 까뮤XO(700ml)-120,000원

  • 시바스리갈12년(1L)-37,000원

대체적으로 선내 면세점이 부산항 면세점보다는 좀 더 저렴합니다만 한 가지 단점이라면 통신상의 문제로 인해 부산에서 약 20분 거리 내에서만 카드 결제가 가능하다는 점입니다. 그 외에는 한화나 엔화로 현금 결제만 가능하구요.


약 2시간 20분 간의 항해 끝에 대마도 이즈하라항에 도착했습니다. 듣던 대로 항구도 참 아담하고 출입국심사장도 작아서 거의 끝에 섰더니 입국심사를 받는 데에만 한 시간 가까이 걸렸습니다. 입국 시 짐 검사는 빡빡하지는 않았지만 직원분께서 캐리어나 가방을 들어보신 후 무게가 너무 나간다 싶은 물건들은 직접 열어서 확인해 보시더군요.


귀국 시에는 먼저 이즈하라항 터미널 건물 2층에 위치한 창구에 들러서 발권을 마친 후 출국심사장으로 가야 합니다. 각 선사마다 창구가 다른데 오션플라워 창구는 2층 가장 구석에 위치해 있었습니다. 출국심사를 받으신 이후에는 선내 면세점 외에 따로 면세점이나 매점 등의 시설이 없기 때문에 터미널 건물 2층에 있는 매점에서 선물이나 간식 등을 미리 구입하셔야 합니다.


출국심사는 입국심사와 동일한 건물에서 방향만 반대로 바꾸어서 진행됩니다. 따라서 비슷한 시간대에 들어오는 배가 있으면 그쪽 승객들이 모두 입국심사를 마칠 때까지 앞에서 대기하다가 정리가 끝나야 입장할 수 있습니다. 출국 시에도 짐 검사는 그렇게 엄격하지 않아서 캐리어 정도의 큰 짐만 엑스레이로 검사하고 나머지는 별다른 검사 없이 통과할 수 있었습니다.


귀국편은 풍랑이 심하다는 예보가 있어서 그런지 전날부터 선사에서 전화와 문자를 통해 출항 일정을 한 시간 가량 앞당긴다는 연락을 주시더군요. 출항한지 한 시간 정도까지는 별 문제가 없어서 방심하고 있었는데 그 뒤로 부산항에 접안할때까지 쉴 새 없이 흔들리는 바람에 상당히 힘들었습니다.


결국 출국편보다 약 30분 정도 더 걸려서 겨우 부산항에 돌아올 수 있었습니다. 평소에 멀미와는 거리가 먼 편이라 미처 신경쓰지 못한 부분이었는데 다음부터는 일기예보도 잘 살피고 멀미약도 미리 챙기도록 해야겠습니다.

다하우 강제 수용소(KZ-Gedenkstätte Dachau)는 나치 정권에 의해 최초로 설립된 강제 수용소로서 1933년 뮌헨 근교의 소도시인 다하우에 세워졌습니다. 이후 12년 간 반체제 인사와 전쟁포로, 유대인 등을 가두고 억압해 오다가 1945년 4월 마침내 연합군에 의해 해방되어 현재는 희생자들을 추도하고 과오를 반성하기 위한 기념 시설로 운영되고 있습니다. 물론 이곳 외에도 독일 국내를 비롯하여 나치 점령지 전역에 수많은 강제 수용소들이 존재했지만 그 중에서도 가장 먼저 세워진 수용소이자 각종 매체에 많이 노출되어 대중에게 수용소의 참상을 알리는 데에 큰 역할을 했기에 그 상징성이 더욱 부각되었다고 볼 수 있겠습니다.


뮌헨 시내에서 다하우로 가기 위해서는 S-Bahn을 이용하는 쪽이 편리합니다. 중앙역에서 S2를 타면 다하우까지 약 20~25분 가량이 걸리며, 만약 시간이 맞아서 뉘른베르크(Nürnberg) 방면으로 향하는 RB를 타실 수 있다면 소요시간을 절반 정도로 단축시킬 수 있습니다. 하지만 RB는 중간 정차역이 없고 배차간격이 1시간 정도로 길어서 중앙역 인근에서 출발하시는 경우가 아니라면 일부러 이걸 타실 필요는 없습니다.


다하우역 앞 정류장에서는 수용소로 가는 726번 버스를 탈 수 있습니다. 작고 조용한 동네인데도 수용소 방향으로 가는 수요가 많은지 무려 굴절버스를 투입하네요. 이 노선의 배차간격은 약 20분 정도이며 수용소까지는 약 10분 정도 소요됩니다. 다만 일요일이나 공휴일에는 726번의 배차간격이 40분으로 벌어져서 다소 불편함을 느끼실 수도 있는데요, 대신 일요일과 공휴일에만 운행하는 744번 버스가 726번과 번갈아 가며 40분 간격으로 수용소까지 왕복하기 때문에 실질적인 배차간격은 평일과 마찬가지로 약 20분 정도라고 보시면 됩니다.


버스에 타시면 안내를 잘 보고 있다가 'KZ-Gedenkstätte' 정류장에서 내리면 됩니다. 사실 승객 대부분이 수용소로 가는 사람들이라 내릴 타이밍을 놓칠 일은 없을 것 같지만요. 여담이지만 안 그래도 좁은 길에 공사까지 하고 있어서 이걸 굴절버스로 어떻게 지나가나 했는데 기사님이 절묘한 운전 솜씨로 빠져나가는 걸 보고 승객들이 모두 박수를 치는 재미있는 경험까지 했습니다.


버스에서 내리면 맞은편에 이곳이 다하우 수용소임을 알리는 안내판이 보이고 그 뒤로는 방문자 센터가 있습니다. 이곳에는 안내 데스크와 카페테리아, 서점 등이 위치해 있는데요, 안내 데스크에서 오디오 가이드(3.5유로)를 빌릴 수 있지만 아쉽게도 한국어는 제공되지 않습니다. 참고로 다하우 수용소는 휴관일인 12월 24일을 제외하고는 매일 오전 9시부터 오후 5시까지 개관하며 입장료는 무료입니다. 보다 상세한 정보는 공식 홈페이지에서 확인하실 수 있습니다.


방문자 센터를 지나 안쪽으로 조금 더 들어가면 수용소의 유일한 출입구이자 본부 역할을 한 정문 건물(Jourhaus)이 보입니다. 모든 수용자들은 이 문을 거쳐서 수용소로 들어갔으며 수용소장의 집무실 등도 모두 이 건물에 자리잡고 있었다고 하네요. 이 건물을 지칭하는 Jourhaus라는 단어의 어원이 궁금했는데 위키백과를 찾아보니 일직을 뜻하는 'Jourdienst'와 건물을 뜻하는 'Haus'의 합성어라고 하는군요.


정문을 등지고 수용소 앞쪽을 바라보면 당시 사용되던 철로와 플랫폼의 흔적이 남아 있습니다. 하지만 열차로 실려온 수용자들은 이곳이 아닌 다하우역에 내려서 수용소까지 약 3km 정도를 걸어서 이동했고 이 선로는 공장에서 필요로 하거나 생산된 물자를 수송하기 위한 용도로 사용되었다고 합니다. 여기서 더 앞쪽으로는 수용소를 관할하던 나치 친위대(Schutzstaffel, 이하 SS)의 주둔지와 훈련소가 위치하고 있었다고 하는데요, 현재는 이 부지를 기동경찰(Bereitschaftspolizei)이 사용하고 있어서 더 이상 들어가볼 수는 없었습니다.


다시 정문으로 돌아와서 작은 다리를 건너면 수용소 내부로 통하는 철문에 새겨진 "노동이 너희를 자유롭게 하리라(Arbeit macht frei)"라는 문구를 볼 수 있습니다. 나치 정권이 태동하기 전까지는 권면을 위한 전형적인 슬로건 중 하나에 지나지 않았겠지만 강제 수용소의 입구마다 (현실과는 모순된) 이 문구가 붙기 시작하면서 이는 나치의 만행을 상징하게 되어 현재도 금기시되고 있다고 합니다. 이와 비슷한 사례로서 부헨발트(Buchenwald) 강제 수용소에 걸려있는 "각자에게 각자의 것을(Jedem das Seine)"이라는 문구도 유명하구요.


그리고 철문 양 옆으로는 2차대전 당시 수용소를 해방한 미군 42사단과 이를 지원한 20기갑사단의 공적을 기리는 기념 동판이 설치되어 있습니다. 사실 42사단이 다하우 수용소에 남아있던 SS로부터 공식적인 항복을 받아내긴 했지만 이와 거의 동시에 45사단도 다른 경로를 통해 수용소로 진입하였기에 누가 먼저 다하우 수용소를 해방하였는지는 불분명한 상태로 남게 되었습니다. 그래서 45사단도 이 자리에 함께 초청되었지만 어떤 이유에서인지 거절했다고 하네요. 수용소의 해방과 관련된 이야기가 궁금하시다면 이 페이지를 참고해 보시면 좋을 것 같습니다.


정문을 지나 수용소 내부로 들어서면 넓게 펼쳐진 점호장(Appellplatz) 양 옆으로 수용자들이 사용하던 막사(Baracken)와 관리동(Wirtschaftsgebäude)이 자리잡고 있습니다. 저희는 우선 관리동부터 관람을 시작했습니다.


관리동의 내부에는 나치 정권이 수립된 배경에서부터 수용소의 시스템과 생활, 그리고 종전 후 처리에 이르기까지 방대한 규모의 자료들이 전시되어 있습니다. 천천히 패널들을 훑어보며 관심이 가는 내용만 읽어봤는데도 두 시간이 훌쩍 지나가더군요.


수용자의 개인 사물함입니다.


그리고 이쪽은 수용자들이 사용했던 식기입니다. 열악한 환경 속에서도 식기류는 항상 광택이 날 정도로 유지해야 검열을 통과할 수 있었다고 하네요.


다하우 수용소와 이에 접해있는 SS 주둔지의 모형입니다. 직사각형 모양의 구획 내부가 수용소이며 나머지 건물들은 SS의 병영이나 군수품 공장 등으로 사용되었습니다.


그리고 마침내 찾아온 해방의 순간. 이후 다하우에서 열린 군사재판에서 관련자들이 전쟁범죄 혐의로 기소되지만 냉전이 시작되고 재판 관할권이 서독 정부로 이관되면서 법률상의 허점이나 사면으로 인해 이들 중 다수는 결국 처벌을 피하게 되었습니다.


관리동의 뒤편에는 수용소 내부의 감옥으로 사용되던 벙커가 있습니다.


수용실 자체도 좁고 열악하지만 이마저도 내부를 다시 격벽으로 나누어서 수용자들이 아예 서 있어야만 했던 방도 있었다고 합니다. 안 그래도 쇠약해진 수용자들이 이러한 학대를 당하면 폐인이 되거나 사망하는 경우도 빈번했다고 하네요.


다시 점호장으로 나오니 관리동 앞에 있는 조형물이 눈에 들어옵니다. 이 조형물은 유고슬라비아의 조각가 난도르 글리드(Nandor Glid)가 제작했다고 하는데요, 해설에 따르면 이는 상징적인 이미지에 그치지 않고 실제로 철조망에 뛰어들어 자살한 수많은 희생자들의 이야기를 반영한 작품이라고 합니다.


관리동 맞은편으로는 수용자들이 생활하던 막사가 보입니다. 원래는 반대쪽 끝까지 총 34개의 막사들이 늘어서 있었지만 현재는 두 개 동만이 전시 목적으로 복원되어 있습니다.


막사 내부에는 시기별로 조금씩 변화해 가는 수용자들의 주거공간이 재현되어 있습니다. 얼핏 보기에는 그래도 버틸 만 하겠다고 생각될 수도 있겠지만 설명에 따르면 항상 정원보다 훨씬 많은 인원으로 인해 개인 공간이나 위생 상태가 매우 열악했으며 현재 전시 중인 가구나 사진들도 대부분 나치의 선전물을 기반으로 하고 있어서 수용소의 현실과는 동떨어져 있는 부분이 많다고 합니다. 때문에 당시의 상황을 보다 현실적으로 재현하기 위한 전시관 재설계가 진행 중에 있습니다.


수용자들이 사용하던 화장실과 세면실입니다.


원래는 여기에도 전부 막사들이 들어서 있었겠지만 지금은 터만 남아 있습니다.


수용소 부지 끝편에는 각 종교별 추도시설들이 설치되어 있습니다. 먼저 중앙에 위치한 이곳은 1960년에 수용소 부지 내에 처음 세워진 종교시설이자 천주교 예배당인 'The Mortal Agony of Christ Chapel'입니다.


그리고 그 뒤편으로는 가르멜회 수녀원(Carmelite Convent)이 위치해 있습니다. 이곳의 입구는 원래 수용자들을 감시하던 감시탑을 개조하여 만들었다고 합니다.


천주교 예배당의 오른쪽에는 독특하면서도 엄숙한 양식으로 지어진 유대교의 추도시설이 있구요,


왼쪽으로는 개신교 교회(Protestant Church of Reconciliation)가 자리해 있습니다.


가스실과 소각로가 위치한 화장장(Krematorium)은 수용소 부지 구석에 있는 출입구 바깥쪽에 위치해 있습니다. 당시에는 이쪽으로 출입구가 나 있지 않고 주변이 모두 해자와 전기철조망으로 둘러쳐져 있었기 때문에 화장장으로 갈 때에도 항상 정문을 통해서 다녀야 했다고 하네요. 그리고 앞서 말씀 드렸던 대로 수용자들이 고통을 견디다 못해 이러한 전기철조망에 뛰어들어 스스로 죽음의 길을 선택하는 경우도 많았다고 하는군요.


화장장으로 가는 길 옆으로는 러시아 정교회의 예배당도 있습니다.


'Baracke X'라 불리던 화장장 건물입니다. 다하우 수용소에는 이전부터 사용되던 작은 화장시설이 있었으나 사망자가 증가하면서 처리 능력이 한계에 이르러 새롭게 이 화장장을 건설하였으며 1943년부터 가동을 시작했습니다. 하지만 새로 지은 화장장도 1944년 말경에는 포화상태에 도달하여 미군이 수용소를 해방할 시점에는 미처 화장하지 못한 시체들이 셀 수도 없이 방치되어 있었다고 전해집니다.


이곳이 악명 높은 가스실의 입구입니다. 샤워장으로 위장하기 위해 문 위에는 샤워를 뜻하는 'Brausebad'라는 표시를 해 두었는데요, 가스실과 얽힌 부정적인 이미지로 인해 현재 일상적인 독일어 회화에서는 이 단어가 사용되지 않는다고 하네요.


가스실의 내부는 이런 모습입니다. 사실 이 가스실이 실제로 사용되었는지에 관해서는 당시의 여러 증언이나 조사 보고서가 서로 엇갈린 의견을 제시하여 현재까지도 명확히 결론이 나지 않은 상태입니다. 한동안은 가스실에 설치되어 있던 안내문에서조차 이 가스실이 한번도 사용된 적이 없다고 설명하고 있었으나 현재 이 안내문은 제거되었으며 실험 및 훈련 등의 목적으로 사용되었다는 설이 대중적으로 받아들여지고 있습니다. 물론 다하우의 이 가스실이 대량 학살에 직접적으로 사용되지 않았다고 하더라도 많은 수의 수용자들이 오스트리아 하트하임(Hartheim)의 안락사 센터로 끌려가 그곳의 가스실에서 최후를 맞이한 것은 명백한 사실이며 이는 반인륜적인 범죄임을 부정할 수 없습니다.


샤워장으로 위장된 가스실 옆에는 보다 작은 4개의 가스실이 나란히 설치되어 있습니다. 이 가스실은 티푸스 전염을 방지하기 위해 수용자들의 의류를 소독하는 용도로 사용되었다고 합니다.


여기는 새 화장장이 건설되기 전에 사용되던 보다 작은 규모의 화장장입니다. 이곳의 소각로는 한번에 두 구의 시신을 화장할 수 있도록 만들어졌으나 실제로는 공간이 허락하는 대로 집어넣고 한꺼번에 소각한 후 그 재는 주변 밭의 비료로 사용하기까지 했다는군요. 이러한 화장시설이 수용자들에게 노출되지 않도록 수용소 부지와는 격리된 곳에 설치하고 나무로 가려두었지만 시신을 태우는 냄새까지는 숨길 수가 없었다고 합니다.

간만에 휴가를 얻어서 잠깐 본가에 다녀올 생각이었는데 어쩌다 보니 강원도까지 찍고 오게 되었습니다. 사실 별다른 계획도 없이 나선 길이라 강원도로 향하는 도중에도 어딜 가볼지 계속 고민하던 차에 삼양목장이 괜찮다는 이야기를 듣고 바로 목적지를 결정했지요.


삼양목장은 대관령IC에서 면소재지를 지나 의야지바람마을 방향으로 한참을 더 들어가야 나오는데요, 평창올림픽 때문인지 도로는 온통 공사중인 데다 하늘목장 입구에서부터는 아예 포장도 되어있지 않아서 자가용으로도 찾아가기가 그리 편하진 않더군요. 그래도 진입로 개선 공사가 꾸준히 진행되고 있는 것 같으니 시간이 지나면 접근성은 훨씬 좋아지지 않을까 생각됩니다.


주차장에 차를 세워두고 우선 안내도를 한번 훑어봅니다. 안내도에 나와있는 구간 중에서 광장부터 동해전망대까지는 방문객에게 개방되어 있으며 동해전망대에서 삼정호를 거쳐 다시 광장으로 내려오는 구간은 비공개 지역이라고 합니다. 공개된 구역만 해도 굉장히 넓다고 생각했는데 비공개 지역까지 합치면 정말 엄청난 규모인 것 같습니다.


입장료는 성인 9,000원에 소인 7,000원이며 목장 내부를 순환하는 셔틀버스는 별도 요금 없이 이용할 수 있습니다. 그린 시즌(4월 말부터 11월 초까지)에는 30분 간격으로 셔틀버스가 운행되며 화이트 시즌(11월 중순부터 4월 초까지)에는 셔틀버스를 운영하지 않는 대신 개인 차량을 가지고 목장 내부를 둘러볼 수 있다고 하네요. 다만 이 시기에는 날씨가 추워서 소들은 방목하지 않는다고 합니다.


매표소를 지나 다리를 건너면 이렇게 '개척정신'이라는 비석이 보이고,


그 뒤로는 편의시설과 셔틀버스 정류장이 마련되어 있는 광장이 있습니다. '산은 단백질원이다'라는 문구가 인상적이네요.


광장 한쪽으로는 휴게소같이 생긴 건물이 보이는데 상수원 보호구역이라 목장 내에서는 취사를 할 수 없다고 하네요. 대신 왼쪽 마트에서는 각종 삼양 제품을 구입할 수 있으며 오른쪽 쉼터에서는 온수와 함께 컵라면을 팔고 있어서 간단히 요기는 할 수 있습니다.


삼양의 시그니처 메뉴(?)인 삼양라면은 1인당 1박스 한정수량으로 만원에 팔고 있습니다. 대형마트 행사 가격이나 인터넷 쇼핑몰보다는 약간 더 비싼 편이지만 기념품이라고 생각하면 하나쯤 업어갈 만 하네요.


다른 제품들은 대체로 편의점 수준이었던 것 같습니다. 여기서 컵라면은 대부분 박스 단위로만 팔지만 옆에 있는 쉼터에서는 낱개로도 구입할 수 있습니다.


계산대 옆으로 삼양라면의 변천사도 함께 전시되어 있네요.


마트를 둘러보다가 셔틀버스 시간이 다 되어서 정류장으로 나가봅니다. 평일에는 셔틀버스가 30분 간격으로 운행되지만 주말이나 성수기에는 승객이 모일 때마다 수시로 출발합니다. 광장에서 동해전망대까지는 버스로 약 20분 정도 걸리는데요, 올라갈 때에는 논스톱으로 동해전망대까지 직행하며 내려올 때에만 도중에 위치한 정류장에서 승하차가 가능합니다.


올라가는 도중에도 군데군데 방목 중인 동물들이 보여서 심심하지 않더군요.


드디어 동해전망대에 도착했습니다. 고지대임에도 비교적 완만하게 펼쳐진 초지와 능선을 따라 늘어선 풍력발전기들이 여기가 정말 우리나라인가 싶을 정도로 이색적인 풍경을 자아내고 있었습니다.


맑은 날에는 전망대에서 동해바다가 보인다고 하는데 이 날은 아쉽게도 시정이 그리 좋진 못했습니다.


버스 대신 도보로 목책로를 따라 천천히 내려가 봅니다. 바람이 불 때마다 초지의 풀들이 이리저리 물결치는 모습 역시 장관이었습니다.


다음 버스가 열심히 전망대로 올라오고 있네요.


소녀시대가 삼양라면 광고를 찍었던 그 언덕이군요.


목책로를 따라 좀 더 내려오다 보니 저 멀리 연애소설 나무가 보이기 시작했습니다. 도중에 경사진 구간이 약간 있긴 하지만 대부분 완만한 편이라 날씨가 좋다면 전구간을 걸어서 내려와도 큰 무리는 없을 것 같습니다.


연애소설 나무로 향하던 중에 계단 아래에서 무언가 꿈틀거리길래 들여다 봤더니 양몰이 공연에 출연할 양들이 모여서 더위를 피하고 있네요.


목장 내에 양몰이 공연장은 두 군데가 있는데요, 이 날은 평일이라 연애소설 나무 옆에 있는 제2공연장에서 공연이 진행되었습니다. 참고로 평일에는 오후 1시와 3시 공연만 열리지만 주말에는 광장과 타조 방목지 사이에 있는 좀 더 규모가 큰 제1공연장에서 하루 세 차례(오전 11시, 오후 1시, 오후 3시) 공연이 열린다고 합니다.


공연 시간이 되자 공연에 출연하는 목양견들이 울타리를 멋지게 뛰어넘어 등장했습니다. 이곳의 목양견들은 모두 양치기에 특화된 견종인 보더 콜리(Border Collie)라고 하네요.


반대쪽에서는 양들도 그늘 밖으로 나와 대기하고 있습니다.


드디어 공연 시작. 중간에 양 한 마리가 탈주하는 해프닝이 발생했지만 어찌어찌 잘 수습해서 무사히 공연이 끝났습니다. 목양견뿐만 아니라 양도 저 울타리를 뛰어넘을 수 있을 정도로 날래다는 걸 처음 알았네요.


공연이 끝난 뒤에는 공연장 옆 풀밭에서 이렇게 먹이주기 체험도 할 수 있습니다. 저희는 전날 다른 곳에서 이미 양 먹이를 실컷 주고 왔기에 밖에서 구경만 했지만 안에 들어가면 목양견과 함께 기념촬영도 할 수 있어서 좋은 추억이 될 것 같습니다.


날씨도 덥고 광장까지는 아직 갈 길이 멀어서 셔틀버스를 타고 타조 방목지까지 내려가기로 합니다.


타조 방목지 앞에는 이렇게 젖소 모양을 한 우체통이 설치되어 있는데요, 여기서 편지를 보내면 삼양목장만의 독특한 소인이 찍혀서 배달된다고 하네요.


먹이라도 줄까 싶어 저희 주변을 어슬렁거리는 타조들. 등에 있는 깃털이 다 빠진 저 친구는 누구한테 뽑힌 걸까요, 아니면 털갈이라도 하는 중일까요?


타조 방목지와 조금 더 아래에 있는 양 방목지에서도 동물들에게 먹이를 줄 수 있습니다. 다만 양몰이 공연장처럼 관리하시는 분이 계시진 않고 이렇게 무인 판매대를 운영 중이었습니다.


광장으로 내려오는 길에 있는 마지막 양 방목지입니다. 날씨 탓인지 여기도 양들이 대부분 그늘에 들어가 있네요.


대관령에 있는 목장들 중에서 아직 하늘목장은 가보질 못했지만 양떼목장과 이곳 삼양목장을 비교해 보자면 양떼목장은 조금 더 아기자기하고 접근성이 좋은 반면에 삼양목장은 그 규모에서 오는 웅장함과 탁 트인 풍경이 매력인 것 같습니다. 어느 쪽이건 각자의 개성이 있어서 양쪽 모두를 함께 방문하시더라도 질리지 않고 색다른 경험이 되실 거라 생각합니다.

뮌헨 공항에서 시내 중심부로 들어가는 가장 빠르고 편리한 교통수단은 아마도 S-Bahn이 아닐까 생각됩니다. 10여 년 전에는 공항과 중앙역(Hauptbahnhof) 사이를 10분 만에 연결하는 자기부상열차 계획도 있었다고 하는데요, 비용 문제로 결국 취소되고 현 시점에서는 아직 S-Bahn과 버스만 운행 중입니다.


S-Bahn이 정차하는 공항역은 1터미널과 2터미널 사이의 Munich Airport Center(MAC) 지하에 위치해 있습니다. MAC에는 역이나 버스정류장 외에도 다양한 상업시설들이 입점해 있어서 유심을 구입하거나 드럭스토어에서 간단한 쇼핑도 가능합니다. (유심의 경우 따로 통신사 대리점이 있진 않고 전자제품점에서 함께 취급을 하더군요.)


플랫폼으로 내려가기 전에 자동발매기에서 미리 티켓을 구입합니다.


자동발매기의 언어 설정을 영어로 바꾸고 메뉴를 살펴봅니다. 우측 하단의 MVV 로고가 들어간 버튼이 뮌헨 근교의 S-Bahn 및 U-Bahn, 트램, 버스 등의 대중교통을 이용하기 위한 메뉴이며, 다른 버튼들은 모두 RB 등급 이상의 일반열차를 이용하기 위한 메뉴입니다. 저희는 뮌헨 내에서만 머무를 예정이었기 때문에 MVV 버튼을 누릅니다. (결국 나중에 동행하신 분이 잠시 잘츠부르크에 다녀오시긴 했지만요.)


1회권부터 시작해서 다양한 종류의 티켓이 보이는데요, 이 중에서 저는 IsarCard weekly를 구입하기 위해 'Weekly and monthly passes'를 선택했습니다.


IsarCard weekly는 1주일짜리 정기권이라고 볼 수 있는데요, 저희가 뮌헨에 머무는 일정이 딱 한 주 정도였고 공항이 Ring 13, 숙소가 Ring 2, 그리고 매일 오가야 하는 학회장이 Ring 7에 있었기 때문에 1일권이나 다른 패스들보다 IsarCard 쪽이 좀 더 저렴하게 먹히더군요. 물론 다른 티켓들과 마찬가지로 IsarCard도 유효한 범위 내에서라면 모든 교통수단을 이용할 수 있습니다.


IsarCard의 종류를 선택하고 나면 다음 단계에서는 사용 범위를 설정합니다. 저희는 시내 중심부에서도 사용할 것이기에 시작점으로 Ring 1을 선택합니다.


그리고 공항까지 왕복할 예정이니 범위를 Ring 13까지로 설정해 줍니다. 참고로 1주일 이상의 유효기간을 가지는 IsarCard는 16구간으로 세분화된 Ring을 기준으로 요금을 책정하지만 그보다 유효기간이 짧은 1회권이나 1일권 등은 4단계로 간략화된 Zone을 기준으로 요금이 책정됩니다. Zone과 Ring에 관한 상세한 규정은 MVV 홈페이지의 해당 페이지에서 확인하실 수 있습니다.


그러면 이렇게 선택한 범위와 유효기간이 나오고 Pay 버튼을 눌러서 결제를 진행할 수 있습니다. 유효기간은 기본적으로 발권 당일부터 시작하는 것으로 되어 있지만 필요하다면 변경 버튼을 눌러서 바꿀 수도 있습니다. 제가 선택한 범위(Ring 1~13)로는 51.3유로가 나왔지만 선택한 Ring의 개수에 따라 가격이 달라지기 때문에 자세한 사항은 안내 페이지를 참고하시기 바랍니다.


결제를 마치면 이렇게 옛날 버스 회수권보다 약간 더 큰 사이즈의 티켓이 나옵니다. 생각보다 검표도 꽤 자주 이루어지는데다 종이 재질이라 훼손되기도 쉬워보여서 저는 휴대폰 젤리케이스 뒤에 끼워두고 다녔습니다. 폰이야 늘 들고 다니니 깜빡할 염려도 적고 검표 시에도 따로 꺼낼 필요 없이 휴대폰 뒷면을 보여주면 끝이라 나름 편하더군요.


표를 사서 에스컬레이터를 내려가면 바로 S-Bahn을 탈 수 있는 플랫폼이 있습니다. 뮌헨 공항역에는 S1과 S8 두 노선이 번갈아가며 들어오는데요, 둘 다 중앙역과 동역(Ostbahnhof), 마리엔 광장(Marienplatz), 라임(Laim) 등의 주요 역을 모두 경유하지만 진행 방향은 아래 그림과 같이 서로 반대입니다.


(*출처: http://www.mvv-muenchen.de/en/tickets-fares/tickets/day-tickets/airport-city-day-ticket/index.html)

참고로 공항행 S1의 경우 노이파른(Neufahrn)에서 프라이징(Freising)행과 공항행으로 분리되기 때문에 각 객차에 표시되는 행선지를 잘 확인하시고 탑승하셔야 합니다. (열차의 진행 방향을 기준으로 앞부분은 프라이징, 뒷부분은 공항으로 향합니다.)

독일에 계시다 오신 분들이나 인터넷을 통해 독일의 공병보증금(Pfand) 제도에 대한 이야기를 몇 번 접한 적이 있었는데요, 이번 독일 출장을 통해 잠깐이지만 이를 직접 체험할 기회가 있었습니다. 사실 우리나라도 쓰레기 종량제 덕분에 재활용 비율이 굉장히 높은 편이라고 합니다만 독일의 시스템을 보니 괜히 OECD 1위가 아니겠구나 싶더군요.


상점에서 술이나 음료 등을 구입하실 때 가격표를 자세히 들여다 보시면 대부분 상품 가격과는 별도로 공병보증금이 명시되어 있습니다. 너무 작게 적혀있다 보니 처음에는 신경을 쓰지 못했는데 나중에 영수증을 보고 알게 되었네요.

보증금 액수는 용기의 종류마다 다르며 크게 재사용할 수 있는 다회용(Mehrweg) 용기와 재활용은 가능하지만 재사용은 불가능한 일회용(Einweg) 용기로 구분됩니다. 보다 상세한 기준은 아래와 같습니다.

  • 일반 맥주병: 8센트

  • 스윙탑 맥주병: 15센트

  • 재사용 가능한 유리병 및 두꺼운 페트병: 15센트 (일부 25센트)

  • 재사용 가능한 음료병: 15센트

  • 일부 1리터 와인병: 2~3센트

  • 일회용 용기 (페트 및 캔): 25센트

(*출처: http://www.mehrweg.org/einkaufen/pfand/)


저희가 첫날 슈퍼에서 사 온 제품들로 예를 들어 보자면 사진에 있는 파울라너 맥주병이 8센트, 하커 프쇼르(Hacker-Pschorr) 스윙탑 맥주병이 15센트이며 나머지 페트병들은 모두 반환 시 25센트를 받을 수 있습니다.


이런 마크가 붙은 일회용 페트병이나 캔은 자동 수거 장치에 넣을 수 있습니다. 가끔 페트병 중에서도 재사용이 가능하도록 조금 딱딱한 재질로 되어 있어서 잘 찌그러지지 않는 병들이 있는데 이런 경우에는 점원을 통해서만 수거가 가능한 것 같더군요.


호텔방 구석에 모아뒀던 페트병을 싸들고 호텔 근처 레베(Rewe)로 향합니다. 우리나라의 경우 자동화된 공병 수거 장치가 아직 일부 대형마트 정도에만 마련되어 있지만 독일은 어느 정도 규모가 있는 슈퍼마켓이라면 거의 빠짐없이 이런 수거 장치가 설치되어 있어서 좀 더 편리하게 느껴졌습니다.


기계마다 약간씩 인터페이스는 다릅니다만 대체로 투입구 위쪽에 녹색불이 들어와 있을 때 병을 하나씩 투입하면 내부에서 병을 한 바퀴 돌려가며 확인한 후 압축해서 수거하게 됩니다. 이때 병이나 캔을 찌그러뜨리거나 라벨을 벗기면 기계에서 정상적으로 인식을 할 수가 없으니 주의하셔야 합니다. 가져온 병을 모두 집어넣었다면 하단의 버튼을 눌러서 총 금액이 찍힌 확인증을 받을 수 있습니다.


이걸 들고 계산대로 가시면 현금으로 환급받으시거나 물건을 살 때 총 결제액에서 이 액수만큼 차감받으실 수 있습니다. 적지 않은 액수이다 보니 단기체류 시에도 잘 모아뒀다가 틈틈이 바꾸면 간식값 정도는 나오더라구요.

귀국편은 뮌헨에서 파리를 경유해서 인천으로 돌아오는 경로였는데 1터미널 출발이라 그런지 면세점 규모도 굉장히 작았습니다. (어지간한 브랜드들은 모두 2터미널에 있다고 하더군요.) 1터미널에서 위스키 등의 고도수 주류를 취급하는 곳은 MyDutyFree라는 면세점 밖에 없었는데요, 스키폴 공항 면세점과는 달리 홈페이지에 상세한 상품 정보는 나와있지 않았지만 그래도 할인 쿠폰은 건질 수 있습니다. 지금은 30유로 이상 구매 시 10% 할인 쿠폰을 지급하는 것 같은데 아쉽게도 이미 할인 중인 제품에는 중복 적용이 되지 않는 것 같더군요.


탈리스커 스카이 1L - 51.9유로 -> 36.3유로

탈리스커는 아직 한번도 접해본 적이 없었기에 저는 이걸 집어왔습니다.


탈리스커 다크 스톰 1L - 69.9유로

하이랜드 파크 에이나르 1L - 59.9유로 -> 41.9유로

달위니 15년 1L - 59.9유로

글렌 데브론 16년 1L - 59.9유로

싱글톤 12년 1L - 47.9유로

싱글톤 글렌둘란 클래식 1L - 48.9유로


탱커레이 1L - 23.9유로 -> 16.7유로

호세 쿠엘보 에스페샬 실버 1L - 19.5유로 -> 13.6유로


스타 오브 봄베이 1L - 41.9유로

봄베이 사파이어 이스트 1L - 27.5유로

할인 중인 품목은 스키폴 공항과 거의 비슷하고 가격은 전체적으로 아주 약간 더 저렴한 느낌이었습니다. 


나중에 다시 말씀드릴 기회가 있을지 모르겠지만 반대쪽 매장에서 달마이어 커피 제품들도 판매하고 있었습니다. 하지만 뮌헨 시내에 있던 달마이어 매장보다는 비싸서 시간에 쫓기는 게 아니라면 공항에 오기 전에 미리 쇼핑을 마치고 오는 게 좋겠더라구요.



어찌보면 당연한 이야기겠지만 파리 샤를 드골 공항 면세점에는 와인의 비중이 좀 더 높았습니다. 위스키나 다른 스피릿도 종류가 적은 건 아니었는데 직원 분들이 많이 계셔서(심지어 우리나라 분까지...) 자세히 둘러보진 못했네요.


그래서인지 세일 중인 품목들도 암스테르담이나 뮌헨과는 판이하게 달랐던 것 같습니다.


라프로익 PX 캐스크 1L - 79유로

라프로익 앤 쿠안 모아 700ml - 105유로

라프로익 25년 700ml - 420유로

아드벡 10년 1L - 57.5유로

아드벡 우가달 700ml - 76유로

아드벡 코리브레칸 700ml - 85유로

보모어 10년 1L - 46유로


크래프트 맥주를 파는 코너도 있었는데 가격은 대략 4유로 내외였고 냉장고에 칠링되어 있는 병들도 있어서 사서 바로 마시기에도 나쁘지 않아 보였습니다. 밖에서 얼마 정도 하는 맥주들인지는 잘 모르겠지만요.


푸아그라, 캐비아에 트러플까지, 여기가 프랑스라는 사실을 공항에서 새삼 느꼈습니다.

6월 초에 독일 뮌헨으로 출장을 다녀오면서 암스테르담 스키폴 공항을 경유했는데요, 면세점을 기웃거리며 구경한 위스키 및 기타 주류 가격을 조금이나마 공유해볼까 합니다. 저는 술알못이라 무엇이 괜찮고 가격적 메리트가 있는지는 잘 모르지만 비교적 익숙한 제품들은 대체로 인천공항 면세점이나 국내 소매점을 두고 굳이 여기서 살 필요는 없겠다는 생각이 들더군요. 그래도 간간이 보이는 행사상품들은 취향이 맞다면 하나쯤 업어와도 괜찮지 않을까 생각됩니다. (스키폴 공항 면세점의 행사상품 목록은 여기에서 확인하실 수 있으며 25유로 이상 구매 시 사용할 수 있는 5유로 할인 쿠폰도 받으실 수 있습니다.)


라가불린 디스틸러스 에디션 2000/2016 1L - 115유로

아드벡 10년 1L - 58유로

아드벡 코리브레칸 700ml - 70유로

헤이그 클럽 700ml - 52유로

몽키 숄더 1L - 37.5유로


맥캘란 오스쿠로 700ml - 899유로

맥캘란 에스테이트 리저브 700ml - 325유로

맥캘란 위스키 메이커스 에디션 700ml - 155유로

맥캘란 셀렉트 오크 1L - 87유로

오반 리틀 베이 1L - 83유로

글렌 데브론 16년 1L - 62유로

달위니 윈터스 골드 700ml - 48.5유로

달위니 15년 1L - 62유로


탈리스커 스카이 1L - 55유로 -> 38.5유로

탈리스커 다크 스톰 1L - 73유로 -> 51유로

하이랜드 파크 스베인 1L - 47.9유로

하이랜드 파크 에이나르 1L - 63유로 -> 43.9유로

쥬라 슈퍼스티션 1L - 55유로

쥬라 프로페시 1L - 79유로


탈리스커 네이스트 포인트 700ml - 159유로

하이랜드 파크 하랄 700ml - 93유로

하이랜드 파크 시구르드 700ml - 179유로

쥬라 18년 700ml - 94유로


봄베이 사파이어 1L - 28.5유로 (500ml 17.5유로)

볼스 코런베인 1L - 20.9유로

볼스 쥬니버 1L - 15.9유로


앱솔루트 엘릭스 1L - 53유로

오크 바이 앱솔루트 1L - 26.9유로

앱솔루트 블루 1L - 20.9유로 (500ml 12.9유로)

앱솔루트 라즈베리 1L - 21.9유로

앱솔루트 시트론 1L - 21.9유로

스미노프 블루 라벨 (100 Proof) 1L - 24.9유로

스미노프 레드 라벨 1L - 17.9유로

단즈카 1L - 16.9유로 -> 11.5유로


라프로익 30년 700ml - 1,010유로

라프로익 11년 700ml - 149유로

라프로익 브로디어 700ml - 125유로

라프로익 앤 쿠안 모아 700ml - 115유로

라프로익 1815 레거시 에디션 700ml - 115유로

라프로익 PX 캐스크 1L - 88유로

라프로익 QA 캐스크 1L - 63유로

라프로익 포 오크 1L - 58유로

싱글톤 글렌둘란 마스터즈 아트 1L - 135유로

싱글톤 더프타운 트리니티 1L - 74유로

싱글톤 글렌둘란 더블 머추어드 1L - 74유로

싱글톤 글렌둘란 클래식 1L - 49.9유로


글렌피딕 25년 700ml - 395유로

글렌피딕 빈티지 캐스크 700ml - 115유로

글렌피딕 15년 디스틸러리 에디션 1L - 86유로

글렌피딕 리저브 캐스크 1L - 63유로

글렌피딕 셀렉트 캐스크 1L - 51유로

글렌리벳 마스터 디스틸러스 리저브 스몰 배치 1L - 169유로

글렌리벳 나두라 피티드 위스키 캐스크 피니시 1L - 105유로

글렌리벳 나두라 퍼스트 필 셀렉션 1L - 72유로

글렌리벳 나두라 올로로소 머추어드 1L - 72유로

글렌리벳 마스터 디스틸러스 리저브 솔레라 베티드 1L - 73유로

글렌리벳 마스터 디스틸러스 리저브 1L - 54유로

돌아올 때 짐이 많아질 것 같아서 차를 가지고 김포공항으로 향했는데 도중에 강남순환고속도로로 잘못 들어가는 바람에 한참을 돌아서 가게 되었습니다. 거기다 김포공항에 도착한 뒤에도 국제선 주차장이 만차로 표시되어 있어서 걱정했는데 들어가 보니 다행히 몇 자리가 비어 있어서 무사히 주차할 수 있었습니다. 금요일 점심인데도 이 정도니 성수기나 주말에는 가급적이면 대중교통을 이용하시는 편이 좋겠네요.


발권을 마치고 2층으로 올라가니 출국장 앞에서 마침 천검의 귀환이라는 공연이 펼쳐지고 있었습니다.


제가 탑승한 기종은 A330-300이었던 것 같습니다. 좌석은 2-4-2 배열이었구요.


탑승하기 전에 점심을 따로 챙겨먹지 않아서 기내식은 깨끗하게 비웠습니다.


하네다 공항은 국제선 터미널이 리뉴얼된 이후 처음 와 봤는데요, 예전의 그 지방공항 같은 느낌의 답답한 청사 건물이 완전히 새롭게 바뀌어 있어서 많이 놀랐습니다. 체크인 카운터도 훨씬 많아졌고 편의시설도 잘 갖추어져 있더군요.


출발층인 3층에서 한 층을 더 올라가면 이렇게 에도 시대를 테마로 한 상점가가 조성되어 있습니다. 다양한 메뉴를 취급하는 식당이나 기념품점 등이 줄지어 있고, 바깥쪽으로 좀 더 나가면 요시노야나 모스버거 같은 비교적 저렴한 패스트푸드도 있었습니다.


살짝 출출하기도 하고 잔돈이 남아서 뭔가 간단히 먹을까 하다가 니혼바시 다시바(日本橋だし場)에서 유자와 후추가 들어간 갈비 스프(柚子胡椒風味のカルビスープ)를 주문했는데... 맛은 뭐 그저 그랬습니다. 동전을 깔끔하게 처리한 데에 의의를 두고 싶네요.


5층에 있는 도쿄 팝 타운에는 캐릭터 상품이나 완구류 매장, 돈키호테의 공항 지점인 소라돈키 등이 자리잡고 있었습니다.


마찬가지로 5층에 있는 전망 덱에서는 공항의 풍경과 주기장에 있는 항공기들을 감상하실 수 있습니다. 밤이라 그런지 조명 덕분에 더욱 운치 있어 보이더군요. 꼭 여행이 아니더라도 현지에 계시는 분들은 출사 등의 목적으로 한 번쯤 와보실 수 있겠네요.


보세구역 내에는 여기저기에 충전 스탠드와 노트북용 좌석이 마련되어 있어서 전자제품을 충전하기에 편리했습니다.


귀국편도 출국 때와 마찬가지로 A330-300입니다. 주말이라 그런지 만석이네요.


귀국편 기내식 메뉴로는 스키야키가 제공되었습니다. 저녁을 제대로 먹지 않은 터라 이것도 디저트까지 깨끗이 비웠습니다.

이번 학회에서는 특이하게도 포스터 세션 도중에 일본주를 함께 나눠 마시는 시간이 있었습니다. 등록할 때 마스(枡)라고 불리는 됫박 모양의 잔을 나눠주길래 어디에 쓰는 건가 했더니 이렇게 술을 따라서 건배를 하는 용도로 사용하더군요. 어떤 사케인지에 대해서도 간단하게 설명을 해 주셨는데 거기까진 잘 기억이 나지 않네요.


술과 함께 먹을 이용해서 즉석에서 그림을 그리는 스미에(墨絵) 퍼포먼스도 있었는데 저는 아쉽게도 포스터 발표 때문에 시작 부분과 완성된 그림밖에 보질 못했습니다.


학회장에서 대각선 방향에는 가쿠시카이칸(学士会館, 학사회관)이라는 건물이 있었는데요, 처음에 지도에서 이름만 보고서는 대학에 딸린 학생회관 같은 곳인가 했는데 실제로 지나다니며 보니 역사가 깊은 고급 호텔인 것 같더군요. 구 제국대학 출신자들의 동창회를 학사회라고 불렀다는데, 그 학사회의 사무국과 회의실 등을 포함한 회관으로 지어진 데에서 학사회관이라는 이름이 유래한 것 같습니다.


학사회관 건물 옆에는 도쿄대학의 발상지라 새겨진 비석도 있었습니다. 도쿄대학 외에도 수많은 대학이나 단체가 이곳 치요다(千代田) 구에서 시작되었다고 하네요.


학회장 바로 맞은 편에는 쿄리츠여대(共立女子大学) 캠퍼스가 있었는데요, 역에서 오가는 길에 보니 마침 축제 기간인 것 같아서 점심시간을 이용해서 잠깐 둘러 보았습니다.


로비에 있는 무대에서는 스케쥴에 맞춰 동아리 공연 등이 진행되고 있었구요.


미스 쿄리츠 선발대회에 출전한 후보들인가 봅니다. 시간이 맞으면 무대행사도 보고 싶었는데 점심시간이 짧아서 실제로 가 보진 못했어요.


건물 밖에는 이런저런 음식을 만들어 파는 부스들이 자리잡고 있었습니다. 우리나라 대학 축제와는 달리 술을 파는 주점은 못 본 것 같네요.


여대라 그런지 초대가수도 모두 남자 아이돌인데다, 코드브이와 에이피스를 초청해서 케이팝을 테마로 한 점도 제게는 뭔가 신선했습니다.

호텔 근처를 가볍게 산책하면서 들렀던 칸다묘진입니다. 대중교통으로 접근하자면 오차노미즈역이 가장 가깝긴 합니다만 아키하바라역에서도 충분히 걸어올 만한 거리에 있습니다.


칸다묘진의 입구 역할을 하는 즈이진몬(随神門, 수신문)입니다. 신사에 관련된 다른 업무는 저녁 무렵이면 모두 마감되지만 신사 자체는 24시간 개방되어 있어서 늦은 시간이라도 언제든 경내를 둘러볼 수 있습니다.


꽤 늦은 시간이었는데도 참배객들이 끊이지 않네요.


칸다묘진 하면 이런 이타에마(痛絵馬)들을 빼놓을 수가 없겠죠. 러브라이브며 코치카메 등 이런저런 개성있는 에마들이 눈에 띄는군요.


일반적으로 떠오르는 경건한 신사의 분위기랑은 약간 다르게 경내에 마련된 의자에 앉아서 담소를 나누거나 식사를 하시는 분들도 간간이 보였습니다. 마치 공원같은 느낌이랄까요.


오미쿠지 자판기인가 봅니다. 보는 사람은 없지만 안에 들어있는 사자가 열심히 춤을 추고 있습니다.


신사 옆쪽으로는 계단으로 이루어진 비탈길인 오토코자카(男坂)가 있습니다. 돌아갈 땐 저쪽으로 내려가보는 것도 괜찮았을 텐데 미처 그 생각을 못 했네요.


도쿄에는 몇 번인가 방문해본 적은 있었지만 도쿄 타워는 아직 한번도 올라가본 적이 없었는데 JCB 카드 프로모션의 일환으로 전망대를 무료로 올라갈 수 있다는 이야기를 듣고 밤에 잠깐 짬을 내서 들렀습니다. 스카이트리를 가볼까 도쿄 타워를 가볼까 고민이 살짝 되긴 했었는데 스카이트리가 좀 더 일찍 마감하기도 하고 입장료도 만만치 않아서 결국 도쿄 타워에서 스카이트리를 보는 걸로 만족하기로 했습니다.


도쿄 타워와 바로 연결되는 지하철역은 없지만 대신 걸어다닐 만한 거리에 여러 지하철 노선들이 지나가고 있기 때문에 접근성은 나쁘지 않은 것 같습니다. 저는 미타선 오나리몬(御成門)역에서 내려서 오는 길에 사진도 찍고 하다 보니 10분 남짓 걸렸던 것 같네요.


얘네가 도쿄 타워의 마스코트인가 봅니다.


매표소에서부터 온통 커플 천지군요. 250m 높이의 특별전망대는 내년 여름까지 리뉴얼 공사 중이라 입장이 불가능하고 현재는 150m 높이의 대전망대까지만 입장이 가능한 상태입니다.


여기 대전망대 단 하나! 저는 앞서 말씀드린 JCB 카드 프로모션을 이용해서 무료로 입장권을 받았습니다. 일본 국외에서 발급받은 JCB 카드가 있으면 한 명에 한해서 무료 입장이 가능한데, 표를 끊어주시는 직원 분이 재차 혼자냐고 물어보셔서 뭔가 기분이 좀 묘하더군요.


늦은 시간이라 그런지 기다리는 사람이 없어서 바로 엘리베이터를 타고 전망대로 올라갑니다.


대전망대는 높이가 다소 낮은 느낌은 있었지만 그만큼 건물들이 더 가깝게 보이기도 하고 도쿄 도심 한복판이기도 해서 그런지 야경이 굉장히 박력있게 다가왔습니다.


저 멀리에 스카이트리가 보이네요.


오다이바와 레인보우 브릿지도 보이구요.


어느 방향이건 끝이 없는 빌딩 숲을 감상할 수 있습니다.


이건 동일본 대지진 이후 안테나를 수리하다가 그 안에서 발견된 수수께끼의 연식 야구공이라고 합니다. 어떤 경위로 저 위에 올라가게 됐는지는 아직 명확하게 밝혀지지 않았다고 하네요.


한 층 아래로 내려가면 이렇게 바닥이 뚫린 룩 다운 윈도가 곳곳에 설치되어 있어서 아래를 내려다볼 수 있게 되어 있습니다. 작은 창은 유리가 흐리기도 해서 별 감흥이 없었는데 확실히 큰 창은 좀 어질어질하더군요. 내려가는 엘리베이터도 이 층에서 탈 수 있습니다.

학회 첫날 저녁에 있었던 만찬은 특이하게도 도쿄만을 한 바퀴 돌아보는 유람선 아타케마루(安宅丸) 선상에서 진행되었습니다. 학회장에서 유람선을 타기 위한 선착장까지는 거리가 꽤 있어서 주최측에서 미리 버스를 준비해 두셨더군요.


진보초에서 약 30분 정도 걸려서 히노데(日の出) 여객터미널에 도착했습니다. 저희가 승선할 나이트 크루즈 코스는 저녁 7시 15분부터 식사 및 주류가 제공되고 7시 45분에 출항하여 9시 15분에 돌아오는 2시간짜리 코스로 구성되어 있었습니다. 개인적으로 예약할 경우에는 1인당 5,500엔 정도라고 하네요.


저희가 탈 아타케마루는 옛날 고자부네(御座船)의 모습을 본따 만들어졌다고 하는데요, 나중에 사전을 찾아보니 서양으로 치면 요트에 비유될 수 있는 크고 호화로운 선박을 이렇게 불렀던 것 같습니다.


자리를 잡은 후 얼른 음식을 가지러 갑니다. 기본 메뉴와는 별도로 주최측에서 초밥과 회도 준비해 주셨는데 사람 수에 비해서 양이 충분치 않아서 이쪽은 금방 바닥이 났습니다.


1층 가운데에서는 이렇게 음료나 주류를 마음대로 받아갈 수 있는 카운터가 있구요.


음식은 식사라기보단 술안주에 가까운 느낌으로 비교적 간단히 준비되어 있었습니다. 예전에 해운대에서 타 봤던 티파니21 크루즈와 거의 비슷한 느낌이더군요.


출항 시간이 되니 배가 천천히 움직이기 시작합니다. 지금은 레인보우 브릿지 아래를 지나가는 중이네요.


곧 공연이 시작된다고 알려주셔서 무대가 있는 홀로 자리를 옮겼습니다.


무대 옆에 있는 개구리(?)가 공연의 시작을 알리고...


곧이어 여러 캐스트 분들이 등장해서 약 30분 정도 뮤지컬 느낌의 공연을 즐겼습니다. 공연의 제목은 '오에도 연무극 ~오이란 가을의 연회~ (大江戸宴舞劇~花魁秋の宴~)'라고 하는데요, 나중에 안 사실이지만 출연하는 캐스트 분들도 뮤지컬 등에서 꽤 인지도가 있는 분들이고 여기서 진행되는 공연 자체에 대해서도 나름대로의 팬층이 형성되어 있다고 하네요.


공연이 끝나고 갑판으로 올라가보니 마침 도쿄 게이트 브릿지를 지나가는 중이었습니다. 저희가 탄 배는 여기서 U턴을 해서 다시 히노데 선착장으로 돌아갑니다.


엇갈려 지나가는 다른 유람선들도 종종 보이구요.


여긴 도쿄항인가봐요.


레인보우 브릿지를 지나면 이제 곧 히노데입니다.


하선하기 전에 다시 선실로 내려가서 공연에 출연하신 분들과 기념촬영을 했습니다. 이날 출연한 캐스트 분들은 왼쪽부터 오무라 나오(大村奈央) 씨, 스즈키 토모히사(鈴木智久) 씨, 오키 논(大木のん) 씨라고 합니다.


숙소로 돌아갈 때에는 주최측에서 버스가 제공되지 않고 대신 하마마츠초역에서 각자 목적지를 물어본 후 가까운 역까지 승차권을 끊어주시더군요. 저는 아키하바라역 바로 앞이라 편하게 돌아올 수 있었습니다.

학회에서는 따로 점심이 제공되지 않아서 학회장 인근에 있는 식당에서 점심을 해결했는데요, 학회 첫날에는 진보초역 A9번 출구 앞에 있는 패밀리 레스토랑 로얄호스트(ロイヤルホスト)에서 식사를 했습니다.


주말 점심이라 그런지 생각보단 한산해 보이네요. 일단 들어가 보겠습니다.


단체 테이블도 많이 있긴 하지만 혼밥하기에도 좋은 구조네요. 겉보기와는 달리 생각보다 손님이 많아서 빈자리가 거의 없더군요.


우리나라에선 요즘 이렇게 설탕이며 프림같은 일회용품들을 테이블마다 비치해 둔 곳을 거의 못본 것 같네요.


무얼 먹을까 고민하다가 새우와 가리비 그릴 구이에 옵션으로 C세트를 추가했습니다. 메뉴를 보니 평일 점심시간에는 식사 세트가 좀 더 할인이 되나 봅니다.


주문한 요리가 도착. 먹음직스럽긴 한데 양은 제 기준으로는 살짝 부족한 느낌이긴 하네요.


세트 구성으로는 빵과 야채스프, 진저에일을 선택했습니다. 밥을 선택할 경우에는 추가요금 없이 곱배기도 가능하다고 합니다.


패밀리 레스토랑치고는 가격이 약간 나가는 편이긴 하지만 서비스도 친절하고 음식 퀄리티도 괜찮은 것 같습니다.




둘째 날 점심에는 아부라소바(油そば) 체인점 중 하나인 도쿄아부라구미소혼텐(東京油組総本店)을 찾았습니다. 자리에 앉기 전에 먼저 자판기에서 식권을 구입한 후 점원에게 전달하면 주문이 들어가는 시스템으로 되어 있더군요. 메뉴는 아부라소바(760엔)와 매운 된장 아부라소바(辛味噌油そば, 820엔)가 있으며 면의 양은 추가요금 없이 보통(並盛)부터 1.5배(大盛), 2배(W盛)까지 선택할 수 있습니다. 기본 토핑으로는 차슈 약간과 멘마 정도가 올라가는데, 저희는 여기에 스페셜 토핑 B(챠슈 2장 + 파와 참깨 + 반숙 달걀, 320엔)를 추가했습니다.


점심시간이라 그런지 주방이 바쁘게 돌아가고 있네요. 저희는 주문 후 약 10분 정도 기다렸던 것 같습니다.


테이블에는 식초와 라유, 후추, 다진 양파 등이 준비되어 있습니다. 추천하는 방법으로는 면의 양에 따라 식초와 라유를 각각 2~4바퀴 정도 두른 후 잘 섞어서 먹고, 나중에 취향에 따라 양파 등을 추가해서 맛의 변화를 주는 것이 정석이라고 합니다.


주문한 아부라소바가 나왔습니다. 그릇 바닥에 소스가 깔려있어서 잘 비비다 보면 시각적으로는 마치 발사믹 소스에 버무린 파스타 샐러드 생각이 나더군요. 맛을 보니 간장 베이스에 약간 기름기가 도는 느낌이었는데, 광고에 나와 있는 대로 일반적인 라면에 비해 건강한 음식인지는 잘 모르겠지만 대부분 사람들의 입맛에 무난하게 잘 맞을 것 같다는 생각은 들었습니다.

도착한 첫날 저녁은 로스트비프 덮밥으로 유명한 로스트비프 오노(ローストビーフ大野)에서 해결했습니다. 위치는 아키하바라역 쪽에서 추오도리(中央通り)를 건너 소부선 고가를 따라 조금만 들어가면 됩니다.


이렇게 생긴 건물을 발견하셨다면 왼쪽의 빨간색 입구로 들어가셔서 지하로 내려가시면 됩니다. 참고로 오른쪽에 있는 입구는 지로마루(治郎丸)라는 서서 먹는 고기집(立ち食い焼肉)이라고 합니다.


건물 바깥까지는 웨이팅 줄이 없어서 안심했는데 안으로 들어가니 몇 팀이 기다리고 있네요. 금요일 저녁 8시 반 정도에 방문했는데 15분 정도 더 기다렸던 것 같습니다.


지하로 내려가는 계단이 좁아서 줄을 설 수 없기 때문에 계단 앞에 표시된 곳에서 기다리다가 자리가 준비되면 점원이 올라와서 한 팀씩 안내해서 내려갑니다. 줄을 서 있는 동안 미리 주문을 받는 경우도 있다고 하던데 저는 그냥 몇 명이서 왔는지만 물어보고 주문은 자리에 가서 했습니다.


저는 카운터석 제일 안쪽으로 안내받았습니다. 대략 카운터석에 10명, 테이블석에도 10명 정도 앉을 수 있겠더군요.


메뉴로는 와규 로스트비프 덮밥과 그냥 로스트비프 덮밥이 있으며 고기 양을 늘릴 수도(肉増し/니쿠마시) 있습니다. 밥은 보통과 곱배기 중에 선택할 수 있는데 가격은 동일하구요. 저는 그냥 로스트비프 덮밥에 고기 추가를 선택하고 하이볼도 한 잔 주문했습니다. 주문을 받으실 때 마요네즈와 생계란이 들어가는데 괜찮으시냐고 물어보시길래 저는 모두 괜찮다고 말씀드렸습니다.


자리마다 이렇게 물과 물잔, 젓가락, 고기에 뿌려먹는 핑크소금 등이 준비되어 있습니다.


주문과 동시에 하이볼이 먼저 나왔습니다.


그리고 조금 더 기다리니 드디어 로스트비프 덮밥이 등장했습니다. 서빙을 해 주시면서 처음 오셨냐고 물어보셔서 그렇다고 대답했더니 먹는 방법을 간략하게 설명해 주시더군요. 그리고 같이 딸려 나오는 국물은 꼬리탕이라고 들었는데 냉면집에서 비빔냉면을 시키면 함께 나오는 MSG맛 육수 느낌이었습니다.


먼저 소스가 뿌려져 있는 겉부분부터 먹어보았습니다. 마요네즈와 사워크림이 섞여있는 듯한 느낌이 들었는데 안쪽에는 데리야끼 소스 비슷한 양념이 들어있어서 보기보다 느끼하지는 않았습니다.


그리고 안쪽으로 들어가면 소스가 없는 부분이 나오는데, 여기서부터는 같이 나온 크림치즈나 와사비, 앞에 놓여있는 핑크소금을 취향에 맞게 곁들여서 먹으면 된다고 합니다. 남자들에게 보통 사이즈는 약간 양이 적을 수도 있다는 얘기를 들어서 고기 추가를 선택했는데 이쯤 먹다 보니 생각보다 꽤 배가 부르더라구요. 호불호가 약간 갈릴 수도 있는 메뉴지만 고기를 좋아하시는 분이라면 한번쯤 방문해 볼만한 가치가 있는 것 같습니다.


이번 일정은 2박 3일로 짧기도 했거니와 학회장 인근에는 JR 노선이 들어오지 않고 지하철역만 있어서 웰컴 도쿄 서브웨이 티켓을 구입하기로 했습니다. 웰컴 도쿄 서브웨이 티켓은 도쿄 지하철(도에이 및 도쿄메트로 공통) 24~72시간 자유 승차권과 하네다공항-센가쿠지(泉岳寺)역까지의 케이큐선 편도 또는 왕복권이 세트로 구성된 외국인 전용 티켓으로서, 케이큐 안내소에서 여권을 제시하신 후 구입하실 수 있습니다. 제가 구입한 48시간권 + 케이큐선 왕복권은 1,900엔이며, 다른 구성의 가격은 여기에서 확인하실 수 있습니다.


티켓은 이렇게 카드 형태로 된 지하철 승차권과 종이로 된 케이큐선 왕복 승차권으로 구성되어 있습니다.


티켓을 구입하니 뽑기를 할 수 있도록 코인을 하나 주시네요. 저는 사탕이 하나 나왔습니다.


종이로 된 케이큐선 승차권으로는 자동개찰구를 통과할 수 없으니 유인개찰구에서 확인을 받고 역 안으로 들어갑니다.


개찰구를 통과할 때 직원분이 승차권에 이렇게 도장을 찍어 주십니다.


저는 도쿄 시내로 들어가야 하니 시나가와 방면으로 가는 열차를 타야겠군요.


제가 탈 열차가 들어오고 있습니다. 국내선 터미널에서 이미 자리를 거의 다 채워서 온데다 다들 짐도 많고 퇴근시간까지 겹쳐서 시나가와에 도착할 무렵에는 서 있을 자리도 부족할 정도로 복잡했습니다. 그래도 시나가와역을 지나니 좀 숨통이 트이네요.


사실 도쿄 방면으로 들어오는 대부분의 케이큐 열차가 도에이 아사쿠사선과 직통을 하기 때문에 도중에 센가쿠지역에서 내려서 개찰구를 나온 뒤에 다시 열차를 타야 되는지, 아니면 바로 목적지까지 타고 가도 괜찮은지 좀 궁금했는데요, 결론적으로는 바로 목적지까지 가도 문제는 없는 것 같습니다. 저는 센가쿠지역을 지나 닌교초(人形町)역에 내려서 환승개찰구에 일단 지하철 승차권을 집어넣었는데 역무원에게 문의하라는 메시지가 나오길래 유인개찰구 쪽으로 가서 하네다공항에서 왔다고 말씀드리면서 케이큐선 승차권과 지하철 승차권을 둘 다 보여드렸더니 지하철 승차권을 이렇게 개시해서 돌려주시면서 통과하라고 하시더군요.

지난 주말에 열린 SUI 학회에 참석하기 위해 도쿄에 다녀왔습니다. 학회장은 진보초(神保町)역 인근에 위치한 히토츠바시 강당(一橋講堂)이었는데요, 가까운 숙소는 대부분 만실이라 약간 떨어져있긴 하지만 지하철로 금방 오갈 수 있는 아키하바라 워싱턴 호텔을 예약했습니다. 도로 하나만 건너면 JR과 츠쿠바 익스프레스 아키하바라역이 있고, 호텔에서 오른쪽으로 조금만 가면 히비야선 아키하바라역이 있어서 교통은 굉장히 편리했습니다.


호텔 건물 1, 2층에는 상점이며 식당 등이 입점해 있었고 로비는 3층에 위치해 있었습니다. 요즘 대부분의 호텔이 그렇듯이 객실이 위치한 층은 카드키를 찍어야만 올라갈 수 있습니다.


싱글룸이라 약간 좁은 편이긴 하지만 혼자서 지내기엔 충분한 것 같습니다.


약간 지저분하지만 침대쪽에서 본 모습은 이렇네요.


욕실은 전형적인 유닛 배스 형태입니다. 어메니티는 일회용 칫솔, 빗, 면도기, 바디스펀지 정도가 마련되어 있네요.


조식 쿠폰과 각종 안내문입니다. 객실 내 무선랜도 빠른 편이고 유선랜 포트와 케이블도 별도로 준비되어 있더군요.


아침식사는 3층 로비 옆에 마련된 식당에서 뷔페식으로 제공됩니다. 메뉴도 비교적 다양하고 깔끔한데다 가끔 직원분들이 뷔페에는 나와있지 않은 음료나 요리를 들고 테이블을 돌아다니면서 서빙을 해 주시더군요. (제가 머물렀던 동안은 바나나주스랑 피자가 나왔습니다.) 그리고 나갈 때 테이크아웃 커피도 받아갈 수 있습니다.


들어갈 때 좌석표를 받아서 빈 자리에 두고 음식을 가지러 가면 됩니다. 1~2인석이 많아서 혼자 와도 편하게 식사할 수 있고, 가끔 창가 쪽이 비어있으면 바깥 풍경도 구경할 수 있어서 좋았습니다.


요건 둘째 날 아침식사입니다. 대부분의 메뉴는 고정인 듯 하지만 몇몇 요리는 매일 바뀌는 것 같더군요.

삼례문화예술촌을 둘러본 후 모악산 옆에 위치한 대한민국 술테마박물관으로 향했습니다. 술테마박물관은 국도에서 내려온 후에도 논밭 사이로 난 길을 따라 한참을 들어와야 되는데, 군데군데 안내판이 설치되어 있어서 길을 헤멜 염려는 없지만 여기가 맞나 싶을 정도로 깊숙한 곳에 위치해 있더군요. 8월부터는 전주 시내에서 출발하는 시내버스도 운행하고 있지만 하루에 두세편 정도밖에 없어서 대중교통으로 방문하기는 상당히 불편할 것 같습니다.


1층 로비에서 입장권을 구매한 후 계단을 올라가면 본격적으로 전시가 시작됩니다. (입장권은 성인 2,000원이며 당일 입장권을 제시하면 시음도 가능합니다.) 올라가기 전에 로비에 있는 전시물과 발효숙성실도 둘러보고 가라고 안내해 주셨는데 발효숙성실은 정말로 술을 숙성시키는 곳이라 그런지 별도의 설명이 되어 있지 않은 점이 좀 아쉬웠습니다.


술테마박물관의 상징과도 같은 술병 피라미드. 익숙한 술병들도 많이 보이네요.


피라미드를 지나서는 약주에 대한 기획전이 진행되고 있었습니다. 곡식 소비를 줄이기 위해 60년대 후반부터 포도주 생산을 장려했다고 하는데, 국산 포도주의 역사가 생각보다 길었다는 사실이 놀라웠습니다.


이런 예전 디자인으로 복각판같은 건 안 나오려나요?


수장형 유물전시관은 수장고와 전시관의 특징을 반쯤 섞어놓은 듯한 공간이었습니다.


이곳에서 가장 인상적인 전시물이었다면 바로 이렇게 벽면을 가득 채운 술병들. 비록 전시물 하나하나 상세한 설명이 붙어 있진 않았지만 그래도 주종별로 잘 분류되어 있었습니다.


마셔본 것보다 처음 보는 소주들이 더 많네요.


저보다 나이가 훨씬 많을 것 같은 소주병들도 있습니다.


유리병으로 된 막걸리는 처음 보네요.


학부 시절때만 해도 통일전망대 같은 곳에서 대동강맥주며 평양소주를 팔았던 기억이 있는데 언제부턴가 수입이 중단된 것 같더군요. 간간이 중국에서 드시거나 가지고 들어오시는 분은 계신 것 같지만요.


아무래도 전통주나 다른 국산 주류들이 메인이다 보니 위스키나 브랜디 같은 증류주들도 국내에서 비교적 쉽게 구할 수 있는 제품들 위주로 전시되어 있었습니다. 언젠가 기회가 된다면 해외의 유명한 증류소들도 한번 방문해 보고 싶네요.


향수와 더불어 수집욕을 불러일으키는 미니어처 술병들. 올해 제주도 여행 선물로 한라산소주 미니어처가 그렇게나 인기였다는 얘기를 들었는데 주변에 출장가는 사람들에게 부탁해볼까도 생각 중입니다.


시대별 술집들도 분위기에 맞게 잘 재현해둬서 사진찍기에도 좋은 것 같습니다.


저는 담배를 안 피지만 왠지 술 하면 떼놓을 수 없는 담배에 대한 전시관도 2층 한켠에 마련되어 있었습니다. 상주하고 계시는 관장님께서 친절하게 이런저런 설명도 해 주시더군요.


전시관을 나와서 마지막으로 시음을 위해 시음관에 들렀습니다. 매 달 바뀌는 시음주 중에서 1인당 세 잔을 골라서 시음할 수 있는데요, 기본적으로 비치되어 있는 안동소주, 이강주 등의 네임드급 전통주와 더불어 이번 달에는 2016년 대한민국 주류대상 리큐르 부문에서 입상한 주류들 중에서 선택할 수 있었습니다. 고량주잔 정도 되는 크기의 작은 일회용 잔에 담아주시기에 취할 염려는 없지만 그래도 도수가 꽤 나가는 술들이 많다 보니 주종을 잘 안배해서 드시는 게 좋겠죠. 혹시 구입이 가능한지도 여쭤봤더니 여기서 직접 판매는 하지 않지만 대신 각 양조장의 연락처가 적힌 안내문을 나누어 주셨습니다.


대전으로 돌아오는 길에 전주 신시가지 베테랑에 들러 칼국수와 쫄면으로 저녁을 해결했습니다. 베테랑 칼국수는 이번에 처음 먹어봤는데 평소에 생각하던 칼국수면과는 달리 예전에 먹던 가락국수같은 느낌이라 신기했습니다. 쫄면은 정석적인 느낌이었고 만두는 피가 굉장히 얇아서 만두소의 맛이 진하게 느껴졌습니다. 다행히 약간 이른 시간에 가서 바로 먹을 수 있었지만 손님 회전이 빨라서 웨이팅이 걸려도 오래 기다릴 필요는 없을 것 같더군요. 주차는 건물 지하주차장에 하시면 되구요, 주문한 음식이 다 나오면 선불로 계산해야 된다는 점도 기억에 남네요.

일기예보에서는 일요일 내내 비가 꽤 내릴 거라고 이야기했었지만 대전 시내에서만 잠시 오락가락하던 비가 대둔산 배티재에 도착할 무렵에는 완전히 그쳐서 큰 문제없이 원래 예정대로 완주로 향하게 되었습니다.


배티재에서 한 시간여를 더 달려 도착한 첫 번째 목적지는 삼례 비비정마을. 점심식사를 아직 하지 않았기에 비비정 농가레스토랑에 들러 우선 식사를 했습니다. 식당 바로 앞에도 작은 주차장이 있고 마을로 들어오는 다리 바로 옆에도 크진 않지만 주차장이 마련되어 있어서 주차 걱정은 없을 것 같습니다.


저희는 불고기주물럭을 골랐는데 다른 테이블에서 식사하시는 걸 보니 괜히 남의 떡이 커보인다고 버섯전골이나 홍어탕으로 할 걸 하는 생각이 들기도 했어요.


음식은 대체로 깔끔하고 무난한 느낌이었습니다. 간이 세거나 하진 않고 제 입맛에는 약간 심심하거나 적당한 정도더군요. 메뉴나 서비스는 '레스토랑'보다는 '농가' 쪽에 좀 더 힘이 실려 있긴 하지만 서빙을 해 주시는 분들께서도 친절하신 편이고 주문한 메뉴도 빨리 나왔습니다.


식사를 마치고 밖으로 나오니 식당 한 켠에 등록문화재 221호인 구 삼례양수장 건물이 보이네요. 1920년도에 건립된 것으로 추정된다고 하는데 이와 관련된 정확한 기록은 남아있질 않은 것 같습니다.


양수장 건물을 지나 계단을 따라 언덕 위로 올라오면 비비낙안이라는 카페와 함께 만경강과 전주 시내를 내려다볼 수 있는 전망대가 자리잡고 있습니다. 전망대는 양수장과 함께 사용되던 물탱크를 개조해서 만든 것 같은데, 밤에는 전주의 야경도 감상할 수 있다고 하네요.


만경강을 가로지르는 다리 중 가장 오른쪽에 있는 철교가 몇 년 전까지만 해도 전라선 열차가 다니던 구 만경강 철교입니다. 현재 전라선은 바로 옆에 있는 콘크리트 철교로 이설되었으며 옛 철교는 등록문화재 579호로 지정되었다고 합니다.


비비정마을의 안내도인데요, 저희는 오른쪽 마을진입로로 들어와서 뚝방길 옆에 차를 세워두었습니다. 마을 이름의 유래가 된 비비정은 거리가 약간 있어서 가보진 못했네요.


다시 농가레스토랑 쪽으로 내려오던 길에 만난 고양이들. 사람 손을 많이 탔을 법도 한데 아직은 사람들을 좀 경계하는 것 같더라구요.


비비정마을을 나와 삼례역 인근에 위치한 삼례문화예술촌을 찾았습니다. 이 곳의 건물들은 일제강점기에 세워진 양곡 창고에서 시작하여 해방 후에도 농협 창고로 사용되다가, 현재는 지역 재생 계획의 일환으로 각종 문화예술 콘텐츠를 생산하고 전시하는 공간으로 탈바꿈하였습니다. 참고로 입장료는 성인 2,000원이며 각 전시관 입구에서 입장권을 확인하고 스탬프를 찍는 방식으로 운영되고 있었습니다.


입구를 들어서면 가장 먼저 보이는 비주얼 미디어아트 미술관은 영상매체와 참여형 콘텐츠 등을 결합한 미디어아트 작품을 전시해 둔 공간입니다. 평소에는 주로 기획전을 중심으로 운영되는 것으로 보였는데 제가 방문했을 때에는 막 기획전이 종료되고 다시 상설전시작품으로 교체된 직후였습니다. 전시된 작품의 의미나 예술적인 깊이는 제가 감히 판단할 수 있는 부분은 아니지만 어디까지나 주관적인 감상으로는 아마추어적인 감성과 시도가 느껴지는 작품들이 많았던 것 같습니다.


디자인뮤지엄은 한국산업디자이너협회에서 주최하는 핀업 디자인어워드 수상작들을 중심으로 컨셉디자인과 실제 상용화된 제품들을 함께 전시하고 있었습니다. 개중에는 꽤 눈에 익은 제품이나 아이디어도 보이더군요. 한 가지 아쉬웠던 부분이라면 실제 사용자 경험이 중요한 제품들도 직접 체험해볼 수는 없고 눈으로만 감상해야 된다는 점이었어요.


김상림 목공소는 과거에 사용된 여러가지 목공용 도구들과 함께 실제 목수의 작업 현장을 엿볼 수 있는 점이 이색적이었습니다.


책박물관은 기획전시실과 상설전시실, 그리고 '정직한 서점'이라 불리는 무인 헌책방으로 구성되어 있습니다. 제가 방문했을 때에는 그림책의 거장 중 하나인 랜돌프 칼데콧 기획전이 진행되어 있었습니다만 전시실 내부는 저작권 등의 문제로 사진촬영이 금지되어 있더군요. 건물 외부에 따로 나와있는 헌책방은 관람객이 자유롭게 책을 읽어본 후, 마음에 드는 책이 있으면 부착된 가격표에 적힌 가격대로 요금함에 자발적으로 돈을 넣고 구입하는 방식으로 운영되고 있었습니다.


여긴 안내도에도 따로 나와있지 않은 건물이었는데 전통놀이와 다도 교육, 사진전 등 다목적으로 활용되는 공간 같았습니다.


책공방 북아트센터에는 인쇄와 제본에 관련된 각종 장비들이 빼곡하게 전시되어 있었습니다. 전시되어 있는 장비나 활자들이 실제로 사용되는 것 같지는 않았지만 전시실 한켠에서는 보다 현대적인(?) 도구들을 이용해서 출판과 관련된 체험 프로그램도 함께 진행되고 있더군요.


이렇게 예술촌 전체를 모두 둘러본 후 마지막으로 문화카페 오스에 들렀습니다. 널찍한 작업공간에서 직접 로스팅을 하시는 모습도 보이고, 누가 오건 말건 느긋하게 늘어져 있는 차우차우도 한 마리 있어서 분위기가 참 여유롭게 느껴졌습니다. 커다란 유리벽 너머로는 분수가 딸린 연못도 아기자기하게 꾸며져 있고 가격대도 대체로 합리적이니 잠시 휴식도 취하실 겸 한번쯤 들러보시길 추천합니다.




해양생물자원관에서 장항읍내를 가로질러 다음 목적지인 국립생태원으로 향했습니다. 국립생태원의 입장료는 어른 5천원이지만 이곳 역시 봄 여행주간을 맞아 50% 할인을 진행 중이었습니다.







정문에서부터 방문자센터를 거쳐 에코리움까지 운행하는 전기차가 있지만 배차간격도 있고 방문자센터에서 한번 갈아타야 되기도 해서 걷기 불편하신 분이 아니라면 천천히 걸어가는 게 더 나은 것 같습니다. 길 옆으로는 사슴우리도 있어서 심심하지도 않구요.




에코리움 내부는 크게 다섯 가지 기후대로 구분되어 있으며 그 외에 상설전시실이나 부수적인 시설들이 갖추어져 있습니다. 전시 내용이나 동선 상으로 볼 때 제1상설전시실, 열대관, 사막관, 지중해관, 온대관, 극지관, 제2상설전시실 순으로 관람하는 것이 가장 자연스럽습니다.












제1상설전시관에서 에코리움 전체에 대한 개요를 훑어본 후 먼저 열대관으로 향했습니다. 열대관 내부는 다른 전시공간에 비해서 비교적 습하고 더운 편이라 입구에 마치 사우나에서 볼 법한 경고문이 붙어 있더군요. 체감상 모든 전시관 중에 가장 규모가 크고 동선이 복잡한 것 같았으며, 악어와 거북, 어류 등의 동물들도 상당히 충실하게 갖추어져 있었습니다.








사막관도 열대관과 비슷하게 입구에 고온주의 경고문이 붙어 있었지만 습도가 낮아서 그런지 오히려 서늘한 느낌을 받았습니다. 규모는 그리 크지 않은 편이고 선인장이나 알로에와 같은 다육식물과 사막여우, 프레리독 등이 전시되어 있습니다.







지중해관의 공기는 상당히 상쾌한 느낌이며 올리브와 바오밥나무, 식충식물 등이 전시되어 있습니다. 사막관과 마찬가지로 규모가 그리 큰 편은 아닙니다.







온대관은 실내와 야외 전시를 병행하고 있습니다. 실내에는 제주도의 식생이나 우리나라의 민물고기 등을 전시하고 있으며, 야외에는 수달이 사는 작은 연못과 맹금류 우리, 그리고 설악산의 식생을 옮겨놓은 구역이 있습니다. 이쪽은 전반적으로 익숙한 풍경이네요.







극지관은 확실히 서늘한 느낌은 들지만 다른 기후대관과는 달리 살아있는 생물은 거의 없고 대부분 모형으로 설명을 대신하고 있습니다. 극지관에서 거의 유일하게 살아 움직이는 동물이라면 마지막에 있는 펭귄 정도?




로비에 위치한 기념품점에는 마스코트 인형들이 한가득. 꽤 귀엽습니다.







다시 밖으로 나오면 에코리움 앞으로 습지생태원이 펼쳐져 있습니다. 다행히 직접 보진 못했지만 뱀도 사나봐요.





분수가 딸린 큰 놀이터도 있었는데 어린이날을 낀 연휴라 그런지 아이들로 북새통이었습니다. 날씨가 좀 더 더워지면 분수가에서 물놀이하는 아이들도 많이 보이겠네요.








서천읍에 있는 서천수산물특화시장에서 갑오징어랑 우럭으로 저녁을 해결했습니다. 1층에서 생선을 골라서 회를 뜨고 연계된 2층 양념집에서 먹는 시스템인데 갑오징어가 생각보다 몸값이 좀 나가는 친구더군요. 주말인데다 장날이라 그런지 시장 바로 앞 주차장은 만차였는데 다행히도 바로 옆 골목 안쪽에 있는 상인 주차장에는 공간이 많아 남아있어서 저희는 그쪽에 주차를 했습니다.





기념으로 한산소곡주도 한 병 업어왔습니다. 우희열 명인이 담그는 소곡주는 별도의 디자인으로 된 포장을 사용하는 것 같고 나머지 양조장들은 공동으로 사용하는 병과 포장에 각 양조장의 라벨을 부착하는 형태로 판매하는 듯 합니다. 저는 양조장까지 들렀다 갈 여유는 없어서 시장 근처에 있는 가게들을 돌아보다가 구입했습니다만 시간이 허락한다면 양조장도 한번 방문해 보고 싶긴 하네요.




서천 여행의 시작은 판교면에서부터. 옛 장항선 판교역 자리에는 판교특화음식촌이 들어서 있는데요, 건물 옆으로 주차장이 마련되어 있어서 주변을 둘러보거나 근처 식당에 가실 때 이용하시면 편리합니다.




역이 외곽으로 옮겨간지는 꽤 지났지만 역전슈퍼는 건재합니다.




약간 이른 점심을 먹으러 삼성식당으로 향합니다. 11시인데 벌써 세네 테이블 정도가 차 있네요.




맞은편에는 라이벌 수정식당도 있습니다. 이곳 역시 문전성시.






주문한 냉면이랑 만두가 등장했습니다. 음식 맛을 잘 구분하지 못하는 제 기준으로도 육수 맛이 무지 강하고 사리도 공장제 같았지만 돼지고기가 올라가 있는 건 좀 특이하더군요. 양 많고 가격도 착한 편이라 근처를 지나가다 한번쯤 맛보는 건 괜찮을 것 같습니다.











세기말 판교. 소화도 시킬 겸 동네 산책을 하며 옛 분위기를 물씬 풍기는 건물들을 둘러보고 장항 쪽으로 이동합니다.





다음 목적지는 국립해양생물자원관입니다. 별다른 사전정보 없이 찾아갔는데 상상했던 것보다 훨씬 규모가 크네요. 전시관 입장료는 원래 대인 3천원이지만 봄 여행주간을 맞아 5월 14일까지는 50% 할인된다고 합니다.




외관은 저희 학교에 있는 스포츠컴플렉스를 약간 닮았는데 안으로 들어와보니 내부는 또 KI빌딩을 닮은 것 같기도 하구요. 가운데 있는 저 큰 유리기둥은 이곳의 상징조형물인 'SEED BANK'인데요, 각종 해양생물의 표본을 담고 있습니다.












전시관은 4층에서부터 내려오면서 관람하도록 구성되어 있습니다. 부산에 있는 국립해양박물관과는 달리 살아있는 생물은 전시되어 있지 않지만 나름대로 흥미로운 전시물들이 많이 있었습니다.







관람을 마치고 1층 로비에 있는 뒷문으로 나와서 안내판을 따라가면 해변을 따라 조성된 송림산림욕장이 보입니다.





그리고 소나무 사이로 스카이워크도 보이기 시작합니다. 스카이워크는 5월 말까지 무료로 운영되며 그 이후에는 서천사랑상품권 2천원권을 구입해야 이용할 수 있다고 합니다.









스카이워크 위에서 올라가면 주변의 송림과 갯벌은 물론이고 멀리 군산까지 보입니다. 군데군데 바닥이 철망으로 되어 있어서 간혹 무서워하시는 분들도 계셨지만 이곳에서 보이는 풍경은 정말 좋았습니다.







저 멀리 언덕 위로 장항제련소의 굴뚝이 보입니다. 일제강점기에 건설된 장항제련소의 용광로는 1989년에 폐쇄되었지만 남아있는 굴뚝과 함께 주변 환경에 대한 정화작업은 아직도 계속되고 있습니다.







물이 상당히 탁해서 발을 담그거나 해수욕을 하기는 어려워 보였지만 가벼운 산책이나 조개잡이 정도는 괜찮을 것 같습니다.




며칠 전에 예약한 어드밴스드 미니 프로그램을 체험하기 위해 이번 토요일에는 영종도에 위치한 BMW 드라이빙 센터에 다녀왔습니다. 비교적 이른 시간에 도착했음에도 불구하고 주차장에 차들이 꽤 많네요.




입구 바로 앞에는 전기차 충전 스탠드가 있고 이렇게 i3들이 나란히 충전 중이더군요. 센터에서 굴리는 차들일까요, 아니면 방문객 분들이 가져온 차량일까요?




전시장을 지나 안쪽으로 들어가면 프로그램 체험 고객을 위한 라운지가 있습니다.




접수 데스크에서 예약사항을 확인한 후 체험 동의서를 작성합니다. 혹시라도 사고가 나면 어떻게 되는 건지 궁금했는데 렌터카와 유사하게 본인 과실로 발생한 사고에 대해서는 개인면책금을 부담하고 보험처리가 되는 것 같더군요. 작성한 동의서를 들고 라운지 안쪽에 위치한 의무실로 가서 음주측정을 마치고 간단한 주의사항을 듣고 나면 모든 준비가 끝납니다. 이제 전시장을 둘러보거나 휴식을 취하다가 프로그램 시작 5분 전까지 라운지로 집합하면 됩니다.




프로그램에 참여하게 되면 이런 명찰을 받게 됩니다. 차종을 미니로 선택하게 되면 '미니 드라이빙 센터'라고 적힌 목걸이를 받게 되는데 왠지 모르게 제 명찰에만 'BMW 드라이빙 센터'가 찍힌 줄을 달아주셨네요.




라운지 창밖으로는 젖은 노면에서 오버스티어를 체험할 수 있는 다이나믹 코스가 보입니다. 다른 분들이 연습하시는 걸 보니 제가 잘 할 수 있을지 약간은 걱정이 되더군요. 그렇게 앞 팀 분들의 연습을 구경하고 있다가 시간이 되니 강사님이 라운지를 돌아다니면서 신청자를 호명한 후 강의실로 인솔했습니다.

운전석에 앉기에 앞서 먼저 강의실에서 이론 교육이 약 40분 정도 진행되었습니다. 교육 내용은 저작권 문제로 인해 촬영이나 녹음이 금지되어 있습니다만 간단하게 요약해보자면 선택한 차종에 대한 소개와 조작 방법(시동, ISG 설정 등), 시트포지션 조절 방법으로부터 시작하여 차량의 제동 특성에 대한 설명(언더스티어/오버스티어 등), 올바른 스티어링 조작법, 체험 코스 소개 등으로 이루어져 있었습니다. 아마 강사님마다 설명하시는 스타일이 조금씩 다르겠지만 저희 조를 담당하시는 강사님께서는 마찰이나 관성, 원심력 등에 대한 내용에 많은 시간을 할애하셔서 고등학교 물리 수업 시간으로 돌아간 느낌이었습니다.




이론 교육이 끝난 후에는 차량 선택을 위해 제비뽑기가 있었는데요, 저는 안타깝게도 가장 끝번호인 6번을 뽑았습니다.




다른 분들의 방문기에서는 다양한 차종과 트림 중에서 제비뽑기 순서대로 차량을 선택할 수 있다고 들었는데 제가 미니 프로그램을 체험한 시점에서는 6대 모두 3세대 미니 JCW로 통일되어 있었습니다. 이렇게 차종이 통일되어 있다보니 차량을 선택하는 과정은 생략하고 제비뽑기 순서대로 출발 순서를 정하게 되었는데 제가 강사님의 설명을 잘못 이해해서 마지막 차량이 아닌 두 번째로 출발하는 차량에 탑승해 버렸습니다. (알고보니 차량에 붙어있는 번호와 출발 순서는 별개더군요.) 저 때문에 순서가 뒤로 밀린 분들께 죄송스럽네요.




실내에는 무전기가 한 대씩 있어서 강사님의 설명과 지시사항을 들을 수 있습니다. 원활한 교육을 위해 무전기를 통해서는 수신만 가능하며 문제가 발생할 경우에는 비상등을 켜면 된다고 합니다.




출발 준비가 모두 끝나면 강사님 차량을 따라 트랙으로 나가서 다목적 코스, 다이나믹 코스, 원선회 코스, 서킷 순으로 실습을 진행하게 됩니다. 기본적으로는 주어진 과제를 한 대씩 차례대로 수행한 후 강사님이 피드백을 주시는 방식으로 진행되었습니다.

먼저 다목적 코스에서는 간단한 슬라럼과 풀 브레이킹, 긴급 회피를 연습했습니다. 슬라럼 구간은 러버콘이 여유있게 놓여져 있어서 특별한 기술 없이도 지나갈 수 있었기에 별도의 교육 없이 그냥 통과했습니다. 풀 브레이킹 구간은 시속 40km 정도의 속도를 유지하다가 브레이크를 끝까지 밟아서 차량의 제동 성능을 체험하도록 되어 있었습니다만 익숙하지 못한 탓인지 브레이크를 과감하게 밟기가 어렵더군요. 두 바퀴 정도는 단순히 브레이크를 밟아 멈추는 연습을 한 후, 콘을 세워두고 풀 브레이킹을 통해 콘에 최대한 가깝게 정지하는 연습을 했습니다. 긴급 회피에서는 시속 40km를 유지한 상태에서 브레이크를 사용하지 않고 급히 옆으로 차선을 변경하는 연습을 했는데 저는 충분히 과감하게 꺾질 못해서 장애물에 해당하는 콘 모서리를 살짝 밟았습니다.

다이나믹 코스에서는 스프링쿨러를 이용해 노면이 젖은 상황을 가정하고 차량이 미끄러질 때 이를 제어하는 방법을 배우게 됩니다. 첫 번째 바퀴에서는 단순히 젖은 노면을 지나며 장애물에 해당하는 물 커튼을 피해가는 연습이라 간단했지만 두 번째부터는 킥 플레이트가 작동하기 시작해서 난이도가 급격히 상승했습니다. 이 킥 플레이트는 차량이 지시된 적정 속도로 통과하게 되면 뒷바퀴를 털어서 강제로 오버스티어 상황을 만들게 되는데요, 이때 적절한 카운터 스티어링을 통해 자세를 회복하고 장애물을 통과해서 빠져나와야 합니다. (안전을 위해서 너무 빠른 속도로 통과하게 되면 킥 플레이트가 작동하지 않는다고 하네요.) 처음에는 시속 40km로 시작해서 50, 60km로 계속 올라가면서 반복 연습을 했지만 저는 세 번 모두 카운터에 실패하고 차량이 스핀해버렸습니다. 확실하게 익혀둘 수만 있다면 눈길이나 빗길 운전에 큰 도움이 되겠지만 아직은 갈 길이 너무 먼 것 같습니다.

잠시 휴식을 취한 후 원선회 코스로 이동했습니다. 이곳에서는 BMW 및 미니 차량에 적용된 DSC(Dynamic Stability Control) 기능을 체험해 보는 것에 초점이 맞추어져 있습니다. 노면이 젖은 원형 트랙에서 스티어링을 고정한 채로 정속으로 주행하다가 강사님의 지시에 따라 가속페달을 점점 더 세게 밟으면 차량이 바깥쪽으로 점차 밀려납니다. 이때 핸들을 코너 안쪽으로 가볍게 꺾어주면 DSC의 개입에 의해 엔진 출력이 자동적으로 조절되면서 차량이 다시 원래 궤도로 복귀하게 됩니다. 어려운 내용은 없었지만 지시에 따라 가속페달을 과감하게 밟지 않으면 DSC가 작동하는 것을 제대로 체감하기 어려울 수도 있을 것 같습니다.

마지막으로는 가속 및 제동 코스와 핸들링 코스가 합쳐진 서킷을 체험했습니다. 첫 바퀴는 강사님의 코스 설명을 들으며 비교적 천천히 주행을 하게 되며 두 번째 바퀴부터는 강사님의 차량을 따라 고속주행을 하게 됩니다. 직선주로에서는 풀 악셀을 밟아서 가속성능을 체험해보는 한편, 선두에 섰던 차량은 우측으로 빠졌다가 대열 후미에 붙는 방식으로 매 랩마다 차량 순서를 계속 바꿉니다. 아무래도 운전하시는 분마다 경험이나 스타일이 다르기 때문에 속도 차이가 나기 마련인데 강사님이 앞에서 낙오하는 차량이 없도록 완급조절을 잘 해 주셨습니다. 저는 서킷이 처음이라 다소 소심하게 운전한 경향이 없진 않았지만 정말 색다른 경험이었습니다. 7~8바퀴 정도를 돌았던 걸로 기억하는데 슬슬 익숙해져서 재미가 붙을 무렵에 끝이 나서 좀 아쉽더군요.





실습을 모두 마친 후에는 강의실로 돌아와 간단한 디브리핑을 한 후 수료증을 받고 프로그램을 마치게 됩니다. 코스를 모두 잘 따라가진 못해 좀 부끄럽지만 그래도 수료증을 받으니 기분은 좋네요. 기회가 된다면 다른 프로그램도 체험해보고 싶습니다.
















프로그램을 마친 후에는 전시장을 좀 더 둘러보다 돌아왔습니다. 생각보다 규모는 그리 크진 않았지만 일반적인 딜러쉽 매장과는 달리 전시된 차량을 눈치볼 필요 없이 마음껏 둘러볼 수 있으며 i8을 제외한 대부분의 차종은 직접 타 볼 수도 있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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