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월 초에는 부모님을 모시고 홋카이도에 가족여행을 다녀왔습니다. 처음에는 홋카이도 레일패스를 이용한 기차여행을 생각했었지만 관광지로의 접근성도 그렇고 무엇보다 금액이 무시하지 못할 수준이라 결국 이번에도 렌터카를 이용하기로 했지요. 이런저런 업체들을 둘러보다가 프로모션 혜택도 많고 한국어 서비스도 충실해서 예전 오키나와 여행 때에도 이용했던 OTS 렌터카로 예약을 해 두었습니다.

신치토세 공항에서 영업 중인 모든 렌터카 업체들은 공항 외부에 영업소를 운영하고 있으며 공항 내에는 예약 내역을 확인하고 셔틀버스 탑승을 안내해주는 렌터카 카운터만 두고 있습니다. 그나마 국내선 청사의 경우에는 업체별로 독립된 렌터카 카운터가 있지만 국제선 청사에서는 1층에 위치한 교통 안내 카운터에서 안내를 대행해주고 있는데요, 아무래도 여러 업체를 한꺼번에 담당하다 보니 안내가 매끄럽지 못하거나 대기시간이 길어질 수도 있으며 업무시간이 종료되면 직접 렌터카 업체에 연락을 해야 하는 불편함이 있습니다. 하지만 OTS의 경우에는 국제선 청사에도 별도의 카운터를 마련해두고 있어서 이러한 부담을 상당 부분 덜 수 있습니다.

 

저희가 타고 온 에어부산 BX184편은 스케줄 상 오후 5시 40분에 신치토세 공항에 도착할 예정이었지만 이 날은 40분 정도 지연되어서 6시 반을 넘겨서야 겨우 입국장을 빠져나올 수 있었습니다. OTS 렌터카는 마감시간이 7시까지라 혹시나 차를 인수하지 못할까봐 조금 걱정이 되었는데요, 다행히 입국장을 나오면 바로 오른쪽에 있는 '투어 데스크 B' 구역에 카운터가 자리잡고 있어서 헤매지 않고 바로 찾아갈 수 있었습니다.

 

카운터의 직원분께 여권과 면허증을 보여드리고 예약내역을 확인한 후에 셔틀버스 탑승을 위해 잠시 기다렸습니다. 우리말로 상담할 수 있는 카카오톡 계정도 있어서 친구 추가를 하고 예약번호를 미리 전송해 두라고 하시더군요. 저희가 마지막 손님이었는지 그동안 직원분도 퇴근 준비를 하시더니 저희를 1층 승강장으로 안내하셨습니다.

 

영업소로 향하는 버스가 도착했습니다. 짐을 싣고 내리는 것까지 기사님께서 전부 다 해 주셔서 부담스러울 정도였어요.

 

공항에서 영업소까지는 버스로 약 10분 정도 걸렸습니다. 공항에서 미리 예약정보를 전송해 둔 덕분인지 영업소에 도착하자마자 한국인 직원분께 영상통화를 연결해 주셔서 중요한 사항들은 모두 영상통화를 통해 전달받고 현장에서는 계약서 확인 및 서명과 결제, 차량 인수 정도만이 일사천리로 진행되었습니다.

 

저희가 렌트한 차종은 토요타 C-HR이었습니다. 1,200cc 가솔린 엔진이라 출력이 조금 부족하지 않을까 생각했는데 터보라서 특별히 불편함은 없었으며 4륜구동이라 눈길에서도 상당히 안정적으로 운전할 수 있었습니다. 거기다 대부분의 홋카이도 소재 렌터카 업체에서는 3~4월까지 겨울용 타이어(스터드리스 타이어)도 기본적으로 제공하기 때문에 추가비용도 들지 않았고요.

 

외국인이 운전하고 있다는 표시도 붙어있네요.

 

크루즈 컨트롤도 가능하고 차선 인식 기능도 있는 것 같지만 눈 때문에 실제로 써 보지는 못했습니다. 대신 옆 차선의 차량이 가까이 있을 때 사이드미러에 경고 표시를 띄워주는 기능은 꽤나 편리하더군요. 그리고 후방 카메라도 장착되어 있었는데 정작 후방 감지 센서가 없어서 주차 시에 조금 더 조심스러워지는 느낌이었습니다.

 

전자식 주차 브레이크도 이 차에서 처음 만져봤습니다. 첫날에는 출발하거나 주차할 때마다 일일이 이걸 누르거나 당겨줬는데 나중에 알고 보니 기어를 D에 두면 자동으로 풀리고 P에 두면 다시 자동으로 브레이크가 걸리더군요.

 

네비게이션은 설정 메뉴에서 언어를 한글로 변경할 수 있었습니다. 다만 일본 네비의 공통적인 특징인지는 몰라도 안내가 약간 부실하고 가끔 이해하지 못할 경로로 안내해줄 때가 있어서 애매한 구간인 경우에는 구글 맵으로 찾아본 경로와 비교해가며 운전하곤 했습니다. 참고로 기어를 주행으로 놓은 상태에서는 목적지 검색이 불가능하니 꼭 정차 상태에서 조작하셔야 합니다.

 

지금까지 일본에서 이용했던 렌터카 중에서는 USB 음악 재생을 지원하는 차종을 보지 못했기에 평소에 제 차에서 쓰던 SD카드를 뽑아왔는데 여기에는 SD카드 슬롯조차 없더라구요. (CD와 AUX, 블루투스만 있었던 것 같습니다.) 하는 수 없이 휴대폰을 블루투스로 연결해서 음악을 들었습니다만 네비랑 달리 오디오는 다국어를 지원하지 않는지 한글로 된 곡 정보는 모두 깨져서 정상적으로 표시되지 않았습니다.

 

렌터카를 예약할 때 찾아본 C-HR의 단점으로는 뒷좌석 창문이 작아서 전망이 좋지 않고 트렁크 공간이 좁다는 점이었는데요, 실제로 28인치와 24인치 캐리어를 하나씩 넣으니 트렁크가 꽉 차서 기내용 캐리어 하나는 뒷좌석 가운데에 놓고 다녔습니다. 네 명이서 여행하기에는 짐을 실을 공간이 조금 부족할 것 같고 세 명 정도가 딱 좋을 것 같습니다.

 

일정상 고속도로를 탈 일도 몇 번 있었기에 렌터카를 예약할 때 홋카이도 고속도로 패스(Hokkaido Expressway Pass, HEP)도 함께 예약해 두었습니다. 저희는 5일을 이용할 예정이라 6,700엔이 들었구요, ETC 카드 대여료는 별도인데 OTS의 경우 324엔을 받더군요. 전체 톨비가 만엔 가까이 나왔으니 약 3,000엔 정도 절약된 셈이네요.

 

반납 시에는 같은 건물을 사용하는 OTS와 타임즈 렌터카의 차량 입구가 서로 다르기 때문에 표지판을 잘 확인하신 후 진입하셔야 합니다. 나중에 다시 말씀드리겠지만 영업소 바로 주변에는 주유소가 없기 때문에 치토세IC를 빠져나온 후 적당한 주유소에서 기름을 미리 넣고 오시는 것이 편합니다. (반납 시에 확인을 위해 영수증도 잊지 마시구요.)

 

5일 동안 약 920km 정도를 운전했고 연비는 도중에 한번 리셋하긴 했지만 13.5km/L 정도가 찍혔습니다. 일정상 산길이나 빙판길의 비중이 높았던 점을 감안하면 날씨가 좋고 고속도로 주행 비율이 높아질 경우 연비도 조금 더 좋아지지 않을까 생각됩니다.

 

반납 절차를 모두 마치고 다시 셔틀버스를 이용해서 공항으로 이동합니다. 기사님께서 출발 전에 국제선 청사로 가는지, 혹은 국내선 쪽으로 가는지를 미리 물어보시니 목적지에 맞게 알려주시면 됩니다.

 

관련 포스트: 늦겨울 홋카이도에서 운전하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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