키타인을 나와 버스를 타고 다음 목적지인 시간의 종(時の鐘)으로 향했습니다.
약 400년 전에 처음 만들어진 시간의 종은 몇 번의 화재로 불타 없어지고 새로 지어지길 반복해서
현재 남아있는 것은 1893년에 다시 지어진 것이라고 합니다.

예전에는 사람이 정해진 시간에 맞춰 직접 종을 쳤지만
현재는 하루에 네 번 (오전 6시, 정오, 오후 3시, 오후 6시) 기계로 종을 쳐서 시간을 알린다고 하네요.
이곳의 종소리는 '일본의 소리 풍경 100선'에도 선정되었지만 저희는 시간이 안 맞아서 아쉽게도 듣지 못했어요.



시간의 종과 이치방가이(一番街) 상점가 주변에는 '쿠라즈쿠리(蔵造り)'라 불리는
전통 양식으로 지어진 건물들이 늘어서 있어서 마치 시간여행을 온 듯한 기분이 들었습니다.
이곳에선 특이하게도 하늘을 가로지르는 전선을 볼 수 없는데요,
에도 시대의 정취를 느끼게 하기 위해 1992년에 하수도 공사와 함께 모두 지하에 묻었다고 합니다.



상점가에서 식칼을 만들어 파는 가게가 눈에 띄어 잠깐 둘러봤습니다.
식칼이라기보단 거의 무기 수준에 가까운 칼도 있더군요 ;ㅁ;



상점가에서 좀 더 깊숙히 들어가면 과자 가게가 모여있는 골목인 카시야요코쵸(菓子屋横丁)가 나옵니다.
카시야요코쵸의 유래는 메이지 초기에 당시 유행하던 과자를 만들어 팔던 가게들로부터 시작하는데요,
간토 대지진으로 인해 큰 피해를 입은 도쿄를 대신해서
이곳에서 과자의 제조와 유통을 담당하게 되면서 큰 규모로 성장했다고 합니다.
지금은 수요의 감소로 인해 예전만큼의 규모는 아니지만 대신 관광명소로서 새롭게 주목을 받게 되었지요.  



가게마다 소위 '불량식품'이라 불리는 원색의 군것질거리들이 좌판을 한가득 메우고 있었습니다.
알록달록한 좌판을 보고 있으니 어렸을 적에 매일같이 다니던 문구점 생각이 나네요^^



그러고보니 어딜 가나 붙어있는 아침드라마 '츠바사'의 포스터.
카와고에를 무대로 하는 드라마라 그런지 드라마를 보고 찾아오는 관광객도 많은가 봅니다. 



저도 100엔짜리 소다맛 아이스캔디를 하나 집어들었습니다.
캔디바랑 맛이 비슷했는데 요건 안쪽까지 전부 소다맛이었어요.



여러 과자들 중에 특히 후가시(ふ菓子)라 불리는 기다란 막대과자가 가장 많이 눈에 띄었습니다.
포장에도 적혀 있듯이 이곳에서 파는 후가시가 일본에서 가장 길다고 하네요.



손님들이 끊이지 않던 붕어빵 가게.
치즈맛 붕어빵이 먹고 싶었는데 오래 기다려야 할 것 같아서 참았습니다ㅠㅜ



어디선가 좋은 냄새가 난다 했더니 경단을 구워서 팔고 있더군요.
50엔밖에 안 하길래 하나 먹어 보았는데 간장이 발라져 있어서 그런지 짭쪼름했어요.
(좀 더 달콤한 맛을 기대했거든요 ;ㅅ;)



새차처럼 반짝거리는 폭스바겐 마이크로 버스가 길가에 서 있길래 호기심에 살펴보니 노천카페였습니다.
사이즈도 아담하고 귀여운 게 저도 한 대 가지고 싶었습니다 +_+



한 식당 앞에는 가게 앞에 이렇게 작은 수로를 만들어 잉어를 키우고 있었어요.
그런데 다들 가게에는 안 들어가고 잉어 구경만 하더군요^^;



다른 관광지와 마찬가지로 이곳에도 인력거가 많이 다니고 있었습니다.
고풍스러운 거리 풍경과 은근히 잘 어울리는 것 같네요.



독특하게 생긴 이 버스는 카와고에의 관광명소를 도는 코에도 순회 버스입니다.
저희가 가지고 있는 티켓으로는 탈 수 없고 세이부철도에서 발매하는 코에도 카와고에 프리쿠폰을 이용하거나
별도의 승차권(1일권 - 500엔)을 구입해야 합니다.



점심시간이 다 되어서 버스를 타고 카와고에역으로 돌아갑니다.
역에 있는 오토야에서 간단하게 점심을 해결하려고 했는데 사람이 너무 많아서
결국 열차를 타고 이케부쿠로까지 가서 점심식사를 해결하기로 했습니다.



토부 백화점 식당가를 몇 바퀴나 돌며 고민하던 끝에 소바 가게에 들어갔습니다.
저는 메밀소바와 튀김 세트를 시켰는데 (할인 이벤트 중이라;;) 소바보다도 새우튀김이 마음에 들었어요 :)



룸메이트는 면보단 밥을 먹어야겠다며 오야코동(親子丼)을 주문했는데
옆에서 보니 왠지 이쪽도 맛있어 보이더군요 'ㅠ'


To be continued...


모두들 상당히 하드코어한 일정을 소화한 터라 알람을 몇 개씩 맞춰뒀는데도 겨우 일어날 수 있었어요;;
전날 밤에 슈퍼마켓에서 확보한 타임세일 도시락으로 아침식사를 해결하곤
체크아웃 후에 프런트에 짐을 맡겨두고 카와고에로 향했습니다. 



저희는 코에도 카와고에 쿠폰을 이용해서 카와고에에 다녀왔습니다.
토부 이케부쿠로역을 기준으로 980엔이면 카와고에까지의 왕복 승차권과 함께
카와고에 시내의 지정 구간에서 코에도 명소 순회 버스 및 토부 버스를 하루 종일 자유롭게 이용할 수 있어요.
티켓은 두 장으로 이루어져 있는데 위의 티켓은 카와고에까지 갈 때 사용하며
아래 티켓은 카와고에에서 버스 승차권으로 사용하다가 이케부쿠로로 돌아올 때 개찰구에서 회수됩니다.
세이부나 JR을 이용할 수도 있지만 토부 쪽이 비교적 빠르고 경제적이지요.



승강장으로 올라가니 카와고에시로 향하는 준급행 열차가 기다리고 있었습니다.
카와고에역이나 카와고에시역에는 등급에 관계없이 모든 열차가 정차하니 아무거나 타셔도 괜찮아요.
(그래도 가급적이면 급행이나 준급행이 좋겠죠?)



일요일 오전이라 그런지 열차가 생각보단 한산했어요.
이케부쿠로에서 30분 정도를 달려 카와고에에 도착했습니다.



카와고에역 동쪽 출구로 나와 3번 승차장으로 가면 코에도 명소 순회 버스를 탈 수 있습니다.
평일에는 한 시간에 한 대 정도밖에 운행하지 않으니까 버스 시각표를 잘 확인하시는 게 좋아요.



차내는 일반적인 버스와 거의 동일합니다만 정류장 안내와 함께 모니터를 통한 관광 안내도 함께 제공됩니다.
승객분들이 모두들 지도를 한 장씩 들고 계시길래 관광객들만 타는 줄 알았는데
의외로 학생들이나 지역 주민들도 많이 이용하는 것 같더군요.



버스를 타고 첫번째 목적지인 키타인(喜多院)으로 향했습니다.
키타인은 830년에 엔닌(円仁)이라는, 일본 최초로 대사(大師) 칭호를 받은 승려에 의해 창건된 유서 깊은 사찰입니다.
그래서인지 산문과 객전을 비롯해 경내의 여러 건물들이 중요문화재로 지정되어 있지요.
휴일 오전에는 코에도 명소 순회 버스를 이용하는 승객을 대상으로 무료 가이드 투어가 진행됩니다만
저희야 일본어도 약하고 틀에 짜인 것도 별로 좋아하지 않는지라 개별적으로 경내를 돌아봤습니다.



친구가 아침을 안 먹고 와서 출출하다고 매점에서 토코로텐(ところ天, 한천)을 주문했습니다.
지역마다 얹어먹는 게 다르다고 하던데 여기선 와사비와 간장을 얹어 주더군요.
조금 먹어봤는데 물탄 간장맛밖에 나지 않는 게 저한테는 좀 심심한 느낌이었습니다 -ㅅ-



키타인 경내에 위치한 타호토(多宝塔)입니다.
에도시대 초기 타호토의 특징을 잘 간직하고 있는 탑이라고 합니다.



이쪽은 키타인의 본당인 지케이도(慈恵堂)입니다.
본당 안쪽은 도쿠가와 이에미츠가 태어난 장소로 알려진 객간과 서원 등으로도 연결되어 있지요.
(하지만 이쪽은 공통입장권을 구입해야 돼요.)



본당 옆 언덕 위에는 지겐다이시(慈眼大師) 텐카이(天海)를 모시는 지겐도(慈眼堂)가 자리잡고 있습니다.
일본 역사에 대해선 잘 모르지만 에도 막부 설립에 크게 기여한 승려라고 하는군요.



지겐도 뒤로는 텐카이를 비롯하여 키타인의 주지를 지낸 여러 승려들의 비석이 세워져 있었습니다.



정확한 이름은 모르겠지만 인공적으로 만든 섬 위에 아담한 사당이 하나 세워져 있더군요.
반딧불 축제가 여기서 열렸다던가 하는 설명이 적혀있었던 것 같아요. 



경내에서 약간 떨어진 곳에는 도쿠가와 이에야스를 모시는 사당인 센바도쇼구(仙波東照宮)가 자리잡고 있습니다.
도쇼구는 일본 전역에 약 130개 정도가 남아있다고 하는데요,
그 중에서도 센바도쇼구가 위치한 키타인은 도쿠가와 가문과 관계가 깊은지라
닛코도쇼구, 쿠노잔도쇼구와 함께 일본 3대 도쇼구로 불리는 경우가 많다고 합니다.



도쇼구 경내를 청소하시던 할아버지께서 방문객에게 일일히 인사를 건네셨는데요
저희가 한국에서 왔다고 말씀드리니 놀라시면서 멀리까지 온 김에 많이 보고 가라고 말씀하시더군요^^



경내 한쪽 구석에는 2층으로 지어진 종루문이 자리를 지키고 있었습니다.
예전에는 도쇼구가 현재의 지겐도 자리에 위치해 있었기 때문이 이 종루문이 도쇼구의 입구 역할을 했다고 하네요.



산문 옆에 옹기종기 모여 있는 오백나한은 공통입장권이 있으면 들어가서 관람할 수 있지만
 굳이 입장권이 없어도 철문 너머로 얼마든지 구경할 수 있겠더군요 -_- 



산문 밖 버스정류장 맞은편에는 중요문화재로 지정된 히에 신사(日枝神社)가 위치해 있습니다.
건물 자체는 최근에 수리한 듯 했지만 그 역사만큼은 상당히 오래되었다고 합니다.


To be continu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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