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젯밤에 실수로 카메라 가방을 떨어트려 잘 쓰고 있던 12-32의 경통이 휘었습니다. 불행 중 다행으로 충격을 렌즈가 모두 흡수한 탓인지 바디에는 아무 이상이 없었습니다만 렌즈는 경통이 꽉 끼어버려서 줌이랑 AF가 작동하질 않더군요. 센터에 맡길까도 생각해봤지만 수리에 걸리는 시간이나 비용도 만만치 않을 것 같아서 우선 중고 매물을 하나 확보한 후 밑져야 본전이라는 생각으로 망가진 렌즈를 한번 분해해 보았습니다.




가장 먼저 분해할 부분은 접안렌즈를 둘러싼 검은 플라스틱 덮개입니다. 이 부분은 시계드라이버로 나사 두 개만 풀어주면 쉽게 분리가 됩니다. 이걸 들어내고 나니 내부 기판과 배선이 살짝 보이네요.




다음은 금속 마운트 부분을 분리했습니다. 눈에 잘 띄는 큰 나사 세 개를 분리하면 마운트부 자체는 움직일 수 있습니다만 기판과 연결된 접점부가 아직 남아있기 때문에 접점도 분리해주어야 합니다. 접점을 분리하기 위해서는 접점부 옆에 있는 두 나사 중 돌출되어 있지 않은 나사를 풀어주시면 됩니다.




금속 마운트를 들어내고 나면 접안렌즈와 기판, 모터 등이 한 덩어리로 이루어진 모듈을 확인하실 수 있습니다. 이 모듈에서 세 방향으로 플라스틱 다리가 뻗어있고 그 다리 끝에는 각각 나사가 있으며 이와 별도로 줌링을 고정하고 있는 나사 세 개가 보입니다. 이 중에서 마운트쪽 커버(경통에서 렌즈 정보 등이 적혀있는 부분)를 고정하는 나사 세 개와 다리 중에서 금색 배선이 보이는 부분의 나사 하나를 풀어주시면 마운트쪽 커버를 분리해내실 수 있습니다.




마운트쪽 커버를 분리해내신 후 남은 두 다리의 나사를 푸시면 기판 모듈이 움직입니다. 다만 필름케이블이 연결되어 있어서 이 부분을 분리해주어야 해당 모듈을 완전히 분리할 수 있습니다. 접점부 아래에 위치한 비교적 넓은 케이블은 연결부의 플라스틱 덮개를 일자드라이버 등으로 살짝 들어올리시면 분리되며 나머지 필름케이블은 핀셋 등으로 그냥 잡아당기시면 빠지도록 되어 있었습니다. 다만 저는 넓은 필름케이블을 분리하는 과정에서 중간에 고정된 부분을 잡아빼다가 끊어져버리는 사고가 발생해서 더 이상의 회생 가능성은 사라져버렸죠. 일단 버리는 셈 치고 나머지 케이블을 분리한 후 기판을 들어내보니 아래에는 손떨방 모듈로 추정되는 자석이 붙어있는 렌즈가 있었습니다. 여기까지 무사히 분해에 성공했다고 하더라도 여기서부터는 눈에 띄는 나사도 없어서 분리하는 방법을 정확히 숙지하고 있지 않으면 진행이 어렵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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