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든 사진은 클릭하시면 커집니다.)


이전 포스트에서 말씀드린 대로 저희는 공연 전날인 2월 7일에 후쿠오카로 들어왔습니다. 원래는 2월 7일 극장공연에도 응모했지만 지나(코우지나 유이)의 생탄제라 그런지 원거리랑 패밀리/커플석 모두 광.탈...ㅠ 대신 쇼핑도 좀 하며 이리저리 쏘다니다가 호텔로 돌아가는 길에 있던 세븐일레븐에서 티켓을 발권했습니다. 처음에는 기계로 발권해야 하는 줄 알고 구석에 있는 멀티카피기를 이리저리 눌러봤데 아무리 찾아봐도 예매한 표를 찾는 메뉴가 안 보이더라구요. 그래서 발권 안내 메일을 다시 한번 찬찬히 읽어봤더니 카운터에 있는 직원에게 얘기하라고 되어 있더군요. 편의점마다 발권 절차가 조금씩 다른가봐요.



얼른 카운터로 가서 발권번호가 적힌 메일을 점원에게 보여줬더니 30초만에 티켓을 출력해서 건네줬습니다. 점원이 좌석번호 같은 것들을 짚어주면서 확인시켜주었는데 건성건성 듣고 그냥 받아서 호텔로 돌아왔죠. 그리고 봉투에서 티켓을 꺼내는데...



'2층... 2층? 엌ㅋㅋㅋㅋㅋ'

얼른 공연장인 브릭홀 홈페이지에 들어가서 확인해 보니 2층 우측 코너라는 상당히 미묘한 위치였습니다. 거기다 HKT 공홈에는 만에 하나 기상상태가 좋지 못하면 공연이 취소될 수도 있다는 공지까지 올라와서 사람을 심란하게 만들었죠. 결과적으로 당일 나가사키의 날씨는 굉장히 좋았고 공연도 무사히 열렸지만 다음 날 아침까지 야후 일기예보를 몇 번이나 새로고침했는지 모르겠네요.



콘서트가 열리는 나가사키 브릭홀은 나가사키역 바로 전에 있는 우라카미역에서 내리면 걸어서도 금방 갈 수 있는 위치에 있습니다. 큐슈여행을 가 보신 분들이라면 익숙하실 특급 카모메를 타면 하카타에서 나가사키까지는 보통 두 시간 안쪽으로 끊어주니 이동 자체는 큰 문제가 아니었죠. 그런데 하필이면 콘서트 날짜가 나가사키 랜턴 페스티벌 기간이랑 겹치는 바람에 지정석은 옛날옛적에 전부 매진된 상태더군요.

어차피 굿즈를 살 생각은 없어서 공연에만 늦지 말자는 생각으로 계산해보니 8시 56분이랑 9시 15분에 출발하는 열차가 있길래 자유석을 노리고 20분쯤 일찍 역에 나갔습니다. 하지만 다들 비슷한 생각이었는지 이미 자유석 위치에는 이미 길고 긴 줄이 늘어서 있더군요. 결국 8시 56분 열차는 타지 못하고 좀 더 기다린 끝에 9시 15분에 출발하는 열차에 겨우 자리를 잡았습니다.



"열차 교행을 위해 잠시 신호정차를 하겠습니다."
"......"



"본 역에서 약 4분간 신호정차를 하겠습니다. 승객 여러분의 양해를 부탁 드립니다."
'아놔,  다음 역인데!!!'



결국 11시 19분에 도착해야 될 열차가 연착에 연착을 거듭해서 35분이 되어서야 우라카미역에 도착했습니다. 공연시간에 꽤 아슬아슬하게 도착하긴 했지만 그래도 열차를 기다리는 줄이며 열차 안 여기저기서 들리는 덬스러운 대화들을 들으니 이 사람들도 나랑 같이 가는구나 하는 생각에 왠지 안심이 되더군요.




브릭홀에 도착했을 떄에는 이미 공연시간이 가까워져서 바로 입장 줄에 가서 섰습니다. 로비에서 공연장으로 올라가는 계단에 네 줄씩 세워서 티켓 및 신분증 검사와 짐검사를 거친 후 입장하도록 되어 있었는데요, 저같은 경우에는 티켓센터에 이름이 한자로 등록되어 있어서 티켓에도 이름이 한자로 각인되어 있었는데 처음에 여권을 보여주니까 스탭이 좀 당황해 하는 기색이었습니다. 그래서 만약을 대비해서 챙겨간 주민등록증을 꺼내서 한자 이름을 짚어줬더니 그제서야 OK 싸인과 함께 바로 통과할 수 있었습니다. 참고로 같이 예매한 동반자 티켓은 'OOO님의 동반자님'이라고만 찍혀 나와서 신청자랑 동행만 한다면 누가 들어가든 상관없는 것 같았습니다.

짐검사는 빡빡하게 하진 않고 그냥 열린 가방을 슥 훑어본 후 '카메라 있어요?'하고 물어보는 정도였는데 있다고 하니 다른 콘서트처럼 보관소로 데리고 가서 맡기도록 하더군요. 말 안하면 그냥 넘어가는 분위기였는데 괜히 있다고 해서 맡기는 데에 시간을 약간 빼앗겼습니다. 보관소에서 전화번호를 알려달라길래 여행 중이라 그런 거 없다고 했더니 그럼 잊지 말고 꼭 찾으러 오라고 몇 번이고 당부를 하네요.




팬들 사이에서도 악명이 자자한 망게임 '영광의 라비린스(栄光のラビリンス)'의 홍보 부스. 물론 저도 해 본 적은 없습니다.



HKT 모바일 회원이거나 현장에서 회원가입을 하면 손수건을 나눠주는데요, 우리나라 통신사 회선으로는 그저 그림의 떡...ㅠ



화환은 유니버설 뮤직과 후지테레비 '여고경찰' 팀이 보낸 것들을 비롯해서 서너개 정도가 늘어서 있었습니다.



(이후 모든 사진은 오자키 지배인의 구플에서 인용했습니다.)



방향은 반대쪽이지만 제 자리에서 보는 무대는 대략 이런 느낌이었습니다. 이번 투어에서는 공연장 규모가 작다 보니 별도로 스크린은 사용하지 않아서 애들 얼굴까지는 식별이 어렵고 그냥 머리스타일이나 실루엣, 목소리 같은 특징으로만 대충 구분이 가능했습니다. 짐만 될 것 같아서 쌍안경은 안 가지고 왔는데 그게 좀 아쉽더군요. 다만 단차는 상당히 높은 편이라 일어선 상태에서도 무대를 보는 데에 큰 문제는 없었습니다.






정오를 살짝 넘겨 하룻삐(코다마 하루카)의 장내 아나운스가 나오면서 드디어 공연이 시작되었습니다. 첫 곡은 모닝구 무스메의 명곡인 '더 피스'. 딱 10년 전에 이 곡을 요요기 경기장에서 들었을 때의 감동은 아직도 잊을 수가 없네요.

세트리스트나 MC 내용 등은 마토메 사이트에 잘 정리되어 있기도 하고 제가 다 기억하고 있지 못한 관계로 생각나는 부분만 대충 적어보도록 하겠습니다.




초반부에 'HKT48'을 부를 때랑 앵콜 때 이렇게 두 번은 멤버들이 2층까지 직접 올라왔습니다. 1층은 수레 같은 데에 애들을 태워서 움직인 것 같고 2층은 중앙 통로에 스탭들이 미리 발판을 깔아두고 거기에 올라서서 퍼포먼스를 보여주는 방식으로 진행되었습니다. 제가 있던 쪽 블럭에는 전반부에 사쿠라(미야와키 사쿠라)와 럽땅(오오타 아이카)이, 앵콜 때에는 하룻삐와 캡틴(아나이 치히로)이 번갈아가며 오더군요.

멤버들이 올라서 있던 자리와 제 자리 사이의 거리는 약 2~3미터 정도였는데요, 극장공연이나 악수회를 가본 적이 없다보니 멤버를 직접, 그것도 이렇게 근거리에서 본 건 처음이었습니다. 전체적으로 생각했던 것보다 훨씬 작고 연예인 포스가 장난 아니더라구요. 미디어에서는 헐렁해 보여도 역시 아이돌은 아이돌이구나 싶었습니다.



나가사키 출신인 마도카(모리야스 마도카)가 홈 어드밴티지를 받아 솔로곡 '밤바람의 소행'을 열창했습니다. 라이브인데다 열악한 음향시설의 탓인지 결코 잘 부른다고 하기엔 어려웠지만 관객들의 호응은 누구보다도 좋았습니다.



메루미오(타시마 메루, 토모나가 미오) 콤비의 '아보가도가 아냐(アボガドじゃねぇーし)'.



사쿠라와 3기 감자들의 '나팔 연습중'.



'FIRST LOVE'는 매 공연마다 담당 멤버가 바뀌는 것이 특징인데요, 이날 낮공연에는 캡틴이 등장했습니다. 처음에는 누군지 긴가민가했는데 옆자리 아저씨의 치히로 콜을 듣고서야 확신을 가졌죠.




마도카의 피아노 반주와 함께 '너에 대해서'.



삿시(사시하라 리노)와 아오이(모토무라 아오이)의 '오시메시(おしべとめしべと夜の蝶々)'. 이번엔 고양이 의상을 선보였습니다.



'마지스카 로큰롤'에서는 하룻삐가 이끄는 사이비 종교 '메롯삐교'가 새롭게 등장했습니다. 센터 자리도 하룻삐가 차지했구요.



후반부의 AKB 그룹 메들리에서는 노기자카의 곡을 포함해서 자매그룹의 곡을 논스톱으로 불렀습니다. 중간에 무대 뒷부분을 계단으로 가려놓고 피아노 등을 준비하거나 깜짝 등장을 위해 숨어있는 부분이 있었는데 2층이다보니 그런 움직임들이 모두 보여서 좀 귀여웠습니다.

한 가지 아쉬웠던 건 음향시설이 미흡한 탓인지 아니면 어딘가 세팅에 문제가 있었는지 가끔 찢어지는 소리가 나거나 음이 잘 안 들리는 경우가 있었다는 점입니다. 특히 '너의 이름은 희망'을 부를 때 피아노쪽 볼륨이 너무 크게 잡혀서 노이즈가 심하게 들리고 나머지 멤버들의 보컬은 다 묻혀버리는 등의 문제가 있었습니다. 리허설 때 이런 문제를 파악하지 못한건지는 모르겠지만 아무튼 아쉬운 부분이었습니다.



앵콜이 시작되기 전에 삿시가 갑자기 턱시도를 입고 등장해서 '낮에 서프라이즈가 있을 줄은 몰랐죠?'라면서 3rd 싱글 '벚꽃, 다함께 먹었어(桜、みんなで食べた)'의 제목과 선발 멤버를 발표했습니다. 마지막에 세 자리가 남았을 때 '이제 세 자리 남았는데요...' 하고 뜸들이다가 나코(야부키 나코), 미쿠(타나카 미쿠), 그리고 쵸리(나카니시 치요리)를 순서대로 불렀을 때의 공연장 분위기는 대단했습니다.






그리고 신곡을 포함한 앵콜곡들과 함께 2시간 30분여의 공연은 막을 내렸습니다. 전반적으로 MC 등에서는 나코를 푸쉬해주는 분위기가 강했는데 제 개인적으로는 아키요시(아키요시 유카)가 기억에 강하게 남았습니다. 극장공연에서 시작된 화제인지는 모르겠지만 아키요시가 주먹밥을 닮았다는 얘기에서 시작해서 나중에 삿시가 포츈쿠키에서 '오니기리' 대신 '아키요시' 콜을 부탁한 것까지의 흐름도 재미있었고, 포츈쿠키를 부를 때 격한 깝댄스를 추면서 삿시를 밀쳐내고 센터 자리까지 나온 것도 정말 귀여웠습니다. 물론 아키요시도 어리지만 마냥 애기애기한 3기생들과는 또 다른 매력이 있어서 앞으로도 계속 응원하고 싶어지네요.

여담이지만 공연 시간 전후로는 굿즈 판매 코너가 공연장 안쪽에 설치되는데 공연이 끝나고 나갈 때에는 혼잡해서 그런지 굿즈 판매를 하진 않았습니다. 그리고 나갈 때 로비 쪽에서 오자키(오자키 아츠시) 지배인과 홍보담당 사루오바상(니시야마 쿄코)을 봤는데 이분들은 딱 미디어에서 보던 그 이미지와 판박이더군요. 사루오바상은 워낙에 이미지가 강렬해서 공연에서 본 멤버들보다도 오히려 더 기억에 남았습니다.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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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이지 신궁을 나와 조금만 걸으면 국립 요요기 경기장이 있습니다.
하로프로 콘서트는 이곳 제1체육관에서 열렸는데요, 아직 이른 시간이라 사람이 별로 없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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철야를 한 팬들...
주로 현장판매 티켓이나 콘서트장 한정 굿즈를 노리는 경우가 많지요.

체육관 앞으로 가니 콘서트 한정 굿즈들을 판매하고 있었는데요,
이미 레어한 상품들은 동난지 오래. 동생도 마음에 드는 걸로 몇개 질렀습니다.
(근데..역시 비쌉니다...팬들을 봉으로 아는지...-_-;;)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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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런 식으로 특공복에 좋아하는 멤버의 이름을 새기는 팬들도 많이 보였습니다.
후...무서워요...ㅡㅡ;;

콘서트 시작 한시간전에 입장을 시작하였습니다.
저는 입구 근처에서 계속 얼쩡거리다가 줄을 서기 시작할때 재빨리 합류...
엄청 빨리 입장할 수 있었습니다.

원래 장내에는 카메라나 녹음기 등은 일체 반입 금지입니다.
그래서 입장시 대충이나마 짐검사도 하는데요...
저는 카메라를 두대 가지고 갔던지라..한대를 바로 직원한테 줘버리니 짐검사 없이 무사통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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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부는 이렇게 되어있었습니다.
빨간 동그라미 친 부분이 제가 앉았던 곳인데요 바로 앞이 패밀리석이라 앉아서 편하게 콘서트를 관람할 수 있었습니다~
(패밀리석은 안전 문제 때문에 스탠딩이 금지되어 있거든요^^)
사실 동생은 티켓을 살때 아리나석을 지르려고 했으나 FC한정의 압박에 가격도 비싸고 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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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러 유닛들이 차례로 등장한 후 마지막으로 우리 아침 딸내미들의 등장~
사실 콘서트보다도 다른 팬들이 콘서트장에서 보여준 광적인(-_-) 모습들이 더 기억에 생생하게 남았습니다^^;;
억압된 사회에 살수록 그 분출구를 찾았을 때 더욱 열정적으로 변한다는 말이
바로 이런 경우에 적용될 수 있지 않나 생각될 정도였으니까요.

2시간이 조금 넘는 콘서트가 끝나자 사람들이 썰물처럼 빠져나가기 시작했습니다.
요요기 경기장부터 하라쥬쿠역까지의 거리가 온통 사람으로 메워져서 전철을 타고 돌아가는데도 애를 먹었죠.
몸은 녹초가 되었지만 그만큼 보고 느낀 것들도 많았으니까 기분은 좋았습니다~

To be continu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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