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례문화예술촌을 둘러본 후 모악산 옆에 위치한 대한민국 술테마박물관으로 향했습니다. 술테마박물관은 국도에서 내려온 후에도 논밭 사이로 난 길을 따라 한참을 들어와야 되는데, 군데군데 안내판이 설치되어 있어서 길을 헤멜 염려는 없지만 여기가 맞나 싶을 정도로 깊숙한 곳에 위치해 있더군요. 8월부터는 전주 시내에서 출발하는 시내버스도 운행하고 있지만 하루에 두세편 정도밖에 없어서 대중교통으로 방문하기는 상당히 불편할 것 같습니다.


1층 로비에서 입장권을 구매한 후 계단을 올라가면 본격적으로 전시가 시작됩니다. (입장권은 성인 2,000원이며 당일 입장권을 제시하면 시음도 가능합니다.) 올라가기 전에 로비에 있는 전시물과 발효숙성실도 둘러보고 가라고 안내해 주셨는데 발효숙성실은 정말로 술을 숙성시키는 곳이라 그런지 별도의 설명이 되어 있지 않은 점이 좀 아쉬웠습니다.


술테마박물관의 상징과도 같은 술병 피라미드. 익숙한 술병들도 많이 보이네요.


피라미드를 지나서는 약주에 대한 기획전이 진행되고 있었습니다. 곡식 소비를 줄이기 위해 60년대 후반부터 포도주 생산을 장려했다고 하는데, 국산 포도주의 역사가 생각보다 길었다는 사실이 놀라웠습니다.


이런 예전 디자인으로 복각판같은 건 안 나오려나요?


수장형 유물전시관은 수장고와 전시관의 특징을 반쯤 섞어놓은 듯한 공간이었습니다.


이곳에서 가장 인상적인 전시물이었다면 바로 이렇게 벽면을 가득 채운 술병들. 비록 전시물 하나하나 상세한 설명이 붙어 있진 않았지만 그래도 주종별로 잘 분류되어 있었습니다.


마셔본 것보다 처음 보는 소주들이 더 많네요.


저보다 나이가 훨씬 많을 것 같은 소주병들도 있습니다.


유리병으로 된 막걸리는 처음 보네요.


학부 시절때만 해도 통일전망대 같은 곳에서 대동강맥주며 평양소주를 팔았던 기억이 있는데 언제부턴가 수입이 중단된 것 같더군요. 간간이 중국에서 드시거나 가지고 들어오시는 분은 계신 것 같지만요.


아무래도 전통주나 다른 국산 주류들이 메인이다 보니 위스키나 브랜디 같은 증류주들도 국내에서 비교적 쉽게 구할 수 있는 제품들 위주로 전시되어 있었습니다. 언젠가 기회가 된다면 해외의 유명한 증류소들도 한번 방문해 보고 싶네요.


향수와 더불어 수집욕을 불러일으키는 미니어처 술병들. 올해 제주도 여행 선물로 한라산소주 미니어처가 그렇게나 인기였다는 얘기를 들었는데 주변에 출장가는 사람들에게 부탁해볼까도 생각 중입니다.


시대별 술집들도 분위기에 맞게 잘 재현해둬서 사진찍기에도 좋은 것 같습니다.


저는 담배를 안 피지만 왠지 술 하면 떼놓을 수 없는 담배에 대한 전시관도 2층 한켠에 마련되어 있었습니다. 상주하고 계시는 관장님께서 친절하게 이런저런 설명도 해 주시더군요.


전시관을 나와서 마지막으로 시음을 위해 시음관에 들렀습니다. 매 달 바뀌는 시음주 중에서 1인당 세 잔을 골라서 시음할 수 있는데요, 기본적으로 비치되어 있는 안동소주, 이강주 등의 네임드급 전통주와 더불어 이번 달에는 2016년 대한민국 주류대상 리큐르 부문에서 입상한 주류들 중에서 선택할 수 있었습니다. 고량주잔 정도 되는 크기의 작은 일회용 잔에 담아주시기에 취할 염려는 없지만 그래도 도수가 꽤 나가는 술들이 많다 보니 주종을 잘 안배해서 드시는 게 좋겠죠. 혹시 구입이 가능한지도 여쭤봤더니 여기서 직접 판매는 하지 않지만 대신 각 양조장의 연락처가 적힌 안내문을 나누어 주셨습니다.


대전으로 돌아오는 길에 전주 신시가지 베테랑에 들러 칼국수와 쫄면으로 저녁을 해결했습니다. 베테랑 칼국수는 이번에 처음 먹어봤는데 평소에 생각하던 칼국수면과는 달리 예전에 먹던 가락국수같은 느낌이라 신기했습니다. 쫄면은 정석적인 느낌이었고 만두는 피가 굉장히 얇아서 만두소의 맛이 진하게 느껴졌습니다. 다행히 약간 이른 시간에 가서 바로 먹을 수 있었지만 손님 회전이 빨라서 웨이팅이 걸려도 오래 기다릴 필요는 없을 것 같더군요. 주차는 건물 지하주차장에 하시면 되구요, 주문한 음식이 다 나오면 선불로 계산해야 된다는 점도 기억에 남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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