간만에 휴가를 얻어서 잠깐 본가에 다녀올 생각이었는데 어쩌다 보니 강원도까지 찍고 오게 되었습니다. 사실 별다른 계획도 없이 나선 길이라 강원도로 향하는 도중에도 어딜 가볼지 계속 고민하던 차에 삼양목장이 괜찮다는 이야기를 듣고 바로 목적지를 결정했지요.


삼양목장은 대관령IC에서 면소재지를 지나 의야지바람마을 방향으로 한참을 더 들어가야 나오는데요, 평창올림픽 때문인지 도로는 온통 공사중인 데다 하늘목장 입구에서부터는 아예 포장도 되어있지 않아서 자가용으로도 찾아가기가 그리 편하진 않더군요. 그래도 진입로 개선 공사가 꾸준히 진행되고 있는 것 같으니 시간이 지나면 접근성은 훨씬 좋아지지 않을까 생각됩니다.


주차장에 차를 세워두고 우선 안내도를 한번 훑어봅니다. 안내도에 나와있는 구간 중에서 광장부터 동해전망대까지는 방문객에게 개방되어 있으며 동해전망대에서 삼정호를 거쳐 다시 광장으로 내려오는 구간은 비공개 지역이라고 합니다. 공개된 구역만 해도 굉장히 넓다고 생각했는데 비공개 지역까지 합치면 정말 엄청난 규모인 것 같습니다.


입장료는 성인 9,000원에 소인 7,000원이며 목장 내부를 순환하는 셔틀버스는 별도 요금 없이 이용할 수 있습니다. 그린 시즌(4월 말부터 11월 초까지)에는 30분 간격으로 셔틀버스가 운행되며 화이트 시즌(11월 중순부터 4월 초까지)에는 셔틀버스를 운영하지 않는 대신 개인 차량을 가지고 목장 내부를 둘러볼 수 있다고 하네요. 다만 이 시기에는 날씨가 추워서 소들은 방목하지 않는다고 합니다.


매표소를 지나 다리를 건너면 이렇게 '개척정신'이라는 비석이 보이고,


그 뒤로는 편의시설과 셔틀버스 정류장이 마련되어 있는 광장이 있습니다. '산은 단백질원이다'라는 문구가 인상적이네요.


광장 한쪽으로는 휴게소같이 생긴 건물이 보이는데 상수원 보호구역이라 목장 내에서는 취사를 할 수 없다고 하네요. 대신 왼쪽 마트에서는 각종 삼양 제품을 구입할 수 있으며 오른쪽 쉼터에서는 온수와 함께 컵라면을 팔고 있어서 간단히 요기는 할 수 있습니다.


삼양의 시그니처 메뉴(?)인 삼양라면은 1인당 1박스 한정수량으로 만원에 팔고 있습니다. 대형마트 행사 가격이나 인터넷 쇼핑몰보다는 약간 더 비싼 편이지만 기념품이라고 생각하면 하나쯤 업어갈 만 하네요.


다른 제품들은 대체로 편의점 수준이었던 것 같습니다. 여기서 컵라면은 대부분 박스 단위로만 팔지만 옆에 있는 쉼터에서는 낱개로도 구입할 수 있습니다.


계산대 옆으로 삼양라면의 변천사도 함께 전시되어 있네요.


마트를 둘러보다가 셔틀버스 시간이 다 되어서 정류장으로 나가봅니다. 평일에는 셔틀버스가 30분 간격으로 운행되지만 주말이나 성수기에는 승객이 모일 때마다 수시로 출발합니다. 광장에서 동해전망대까지는 버스로 약 20분 정도 걸리는데요, 올라갈 때에는 논스톱으로 동해전망대까지 직행하며 내려올 때에만 도중에 위치한 정류장에서 승하차가 가능합니다.


올라가는 도중에도 군데군데 방목 중인 동물들이 보여서 심심하지 않더군요.


드디어 동해전망대에 도착했습니다. 고지대임에도 비교적 완만하게 펼쳐진 초지와 능선을 따라 늘어선 풍력발전기들이 여기가 정말 우리나라인가 싶을 정도로 이색적인 풍경을 자아내고 있었습니다.


맑은 날에는 전망대에서 동해바다가 보인다고 하는데 이 날은 아쉽게도 시정이 그리 좋진 못했습니다.


버스 대신 도보로 목책로를 따라 천천히 내려가 봅니다. 바람이 불 때마다 초지의 풀들이 이리저리 물결치는 모습 역시 장관이었습니다.


다음 버스가 열심히 전망대로 올라오고 있네요.


소녀시대가 삼양라면 광고를 찍었던 그 언덕이군요.


목책로를 따라 좀 더 내려오다 보니 저 멀리 연애소설 나무가 보이기 시작했습니다. 도중에 경사진 구간이 약간 있긴 하지만 대부분 완만한 편이라 날씨가 좋다면 전구간을 걸어서 내려와도 큰 무리는 없을 것 같습니다.


연애소설 나무로 향하던 중에 계단 아래에서 무언가 꿈틀거리길래 들여다 봤더니 양몰이 공연에 출연할 양들이 모여서 더위를 피하고 있네요.


목장 내에 양몰이 공연장은 두 군데가 있는데요, 이 날은 평일이라 연애소설 나무 옆에 있는 제2공연장에서 공연이 진행되었습니다. 참고로 평일에는 오후 1시와 3시 공연만 열리지만 주말에는 광장과 타조 방목지 사이에 있는 좀 더 규모가 큰 제1공연장에서 하루 세 차례(오전 11시, 오후 1시, 오후 3시) 공연이 열린다고 합니다.


공연 시간이 되자 공연에 출연하는 목양견들이 울타리를 멋지게 뛰어넘어 등장했습니다. 이곳의 목양견들은 모두 양치기에 특화된 견종인 보더 콜리(Border Collie)라고 하네요.


반대쪽에서는 양들도 그늘 밖으로 나와 대기하고 있습니다.


드디어 공연 시작. 중간에 양 한 마리가 탈주하는 해프닝이 발생했지만 어찌어찌 잘 수습해서 무사히 공연이 끝났습니다. 목양견뿐만 아니라 양도 저 울타리를 뛰어넘을 수 있을 정도로 날래다는 걸 처음 알았네요.


공연이 끝난 뒤에는 공연장 옆 풀밭에서 이렇게 먹이주기 체험도 할 수 있습니다. 저희는 전날 다른 곳에서 이미 양 먹이를 실컷 주고 왔기에 밖에서 구경만 했지만 안에 들어가면 목양견과 함께 기념촬영도 할 수 있어서 좋은 추억이 될 것 같습니다.


날씨도 덥고 광장까지는 아직 갈 길이 멀어서 셔틀버스를 타고 타조 방목지까지 내려가기로 합니다.


타조 방목지 앞에는 이렇게 젖소 모양을 한 우체통이 설치되어 있는데요, 여기서 편지를 보내면 삼양목장만의 독특한 소인이 찍혀서 배달된다고 하네요.


먹이라도 줄까 싶어 저희 주변을 어슬렁거리는 타조들. 등에 있는 깃털이 다 빠진 저 친구는 누구한테 뽑힌 걸까요, 아니면 털갈이라도 하는 중일까요?


타조 방목지와 조금 더 아래에 있는 양 방목지에서도 동물들에게 먹이를 줄 수 있습니다. 다만 양몰이 공연장처럼 관리하시는 분이 계시진 않고 이렇게 무인 판매대를 운영 중이었습니다.


광장으로 내려오는 길에 있는 마지막 양 방목지입니다. 날씨 탓인지 여기도 양들이 대부분 그늘에 들어가 있네요.


대관령에 있는 목장들 중에서 아직 하늘목장은 가보질 못했지만 양떼목장과 이곳 삼양목장을 비교해 보자면 양떼목장은 조금 더 아기자기하고 접근성이 좋은 반면에 삼양목장은 그 규모에서 오는 웅장함과 탁 트인 풍경이 매력인 것 같습니다. 어느 쪽이건 각자의 개성이 있어서 양쪽 모두를 함께 방문하시더라도 질리지 않고 색다른 경험이 되실 거라 생각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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