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기예보에서는 일요일 내내 비가 꽤 내릴 거라고 이야기했었지만 대전 시내에서만 잠시 오락가락하던 비가 대둔산 배티재에 도착할 무렵에는 완전히 그쳐서 큰 문제없이 원래 예정대로 완주로 향하게 되었습니다.


배티재에서 한 시간여를 더 달려 도착한 첫 번째 목적지는 삼례 비비정마을. 점심식사를 아직 하지 않았기에 비비정 농가레스토랑에 들러 우선 식사를 했습니다. 식당 바로 앞에도 작은 주차장이 있고 마을로 들어오는 다리 바로 옆에도 크진 않지만 주차장이 마련되어 있어서 주차 걱정은 없을 것 같습니다.


저희는 불고기주물럭을 골랐는데 다른 테이블에서 식사하시는 걸 보니 괜히 남의 떡이 커보인다고 버섯전골이나 홍어탕으로 할 걸 하는 생각이 들기도 했어요.


음식은 대체로 깔끔하고 무난한 느낌이었습니다. 간이 세거나 하진 않고 제 입맛에는 약간 심심하거나 적당한 정도더군요. 메뉴나 서비스는 '레스토랑'보다는 '농가' 쪽에 좀 더 힘이 실려 있긴 하지만 서빙을 해 주시는 분들께서도 친절하신 편이고 주문한 메뉴도 빨리 나왔습니다.


식사를 마치고 밖으로 나오니 식당 한 켠에 등록문화재 221호인 구 삼례양수장 건물이 보이네요. 1920년도에 건립된 것으로 추정된다고 하는데 이와 관련된 정확한 기록은 남아있질 않은 것 같습니다.


양수장 건물을 지나 계단을 따라 언덕 위로 올라오면 비비낙안이라는 카페와 함께 만경강과 전주 시내를 내려다볼 수 있는 전망대가 자리잡고 있습니다. 전망대는 양수장과 함께 사용되던 물탱크를 개조해서 만든 것 같은데, 밤에는 전주의 야경도 감상할 수 있다고 하네요.


만경강을 가로지르는 다리 중 가장 오른쪽에 있는 철교가 몇 년 전까지만 해도 전라선 열차가 다니던 구 만경강 철교입니다. 현재 전라선은 바로 옆에 있는 콘크리트 철교로 이설되었으며 옛 철교는 등록문화재 579호로 지정되었다고 합니다.


비비정마을의 안내도인데요, 저희는 오른쪽 마을진입로로 들어와서 뚝방길 옆에 차를 세워두었습니다. 마을 이름의 유래가 된 비비정은 거리가 약간 있어서 가보진 못했네요.


다시 농가레스토랑 쪽으로 내려오던 길에 만난 고양이들. 사람 손을 많이 탔을 법도 한데 아직은 사람들을 좀 경계하는 것 같더라구요.


비비정마을을 나와 삼례역 인근에 위치한 삼례문화예술촌을 찾았습니다. 이 곳의 건물들은 일제강점기에 세워진 양곡 창고에서 시작하여 해방 후에도 농협 창고로 사용되다가, 현재는 지역 재생 계획의 일환으로 각종 문화예술 콘텐츠를 생산하고 전시하는 공간으로 탈바꿈하였습니다. 참고로 입장료는 성인 2,000원이며 각 전시관 입구에서 입장권을 확인하고 스탬프를 찍는 방식으로 운영되고 있었습니다.


입구를 들어서면 가장 먼저 보이는 비주얼 미디어아트 미술관은 영상매체와 참여형 콘텐츠 등을 결합한 미디어아트 작품을 전시해 둔 공간입니다. 평소에는 주로 기획전을 중심으로 운영되는 것으로 보였는데 제가 방문했을 때에는 막 기획전이 종료되고 다시 상설전시작품으로 교체된 직후였습니다. 전시된 작품의 의미나 예술적인 깊이는 제가 감히 판단할 수 있는 부분은 아니지만 어디까지나 주관적인 감상으로는 아마추어적인 감성과 시도가 느껴지는 작품들이 많았던 것 같습니다.


디자인뮤지엄은 한국산업디자이너협회에서 주최하는 핀업 디자인어워드 수상작들을 중심으로 컨셉디자인과 실제 상용화된 제품들을 함께 전시하고 있었습니다. 개중에는 꽤 눈에 익은 제품이나 아이디어도 보이더군요. 한 가지 아쉬웠던 부분이라면 실제 사용자 경험이 중요한 제품들도 직접 체험해볼 수는 없고 눈으로만 감상해야 된다는 점이었어요.


김상림 목공소는 과거에 사용된 여러가지 목공용 도구들과 함께 실제 목수의 작업 현장을 엿볼 수 있는 점이 이색적이었습니다.


책박물관은 기획전시실과 상설전시실, 그리고 '정직한 서점'이라 불리는 무인 헌책방으로 구성되어 있습니다. 제가 방문했을 때에는 그림책의 거장 중 하나인 랜돌프 칼데콧 기획전이 진행되어 있었습니다만 전시실 내부는 저작권 등의 문제로 사진촬영이 금지되어 있더군요. 건물 외부에 따로 나와있는 헌책방은 관람객이 자유롭게 책을 읽어본 후, 마음에 드는 책이 있으면 부착된 가격표에 적힌 가격대로 요금함에 자발적으로 돈을 넣고 구입하는 방식으로 운영되고 있었습니다.


여긴 안내도에도 따로 나와있지 않은 건물이었는데 전통놀이와 다도 교육, 사진전 등 다목적으로 활용되는 공간 같았습니다.


책공방 북아트센터에는 인쇄와 제본에 관련된 각종 장비들이 빼곡하게 전시되어 있었습니다. 전시되어 있는 장비나 활자들이 실제로 사용되는 것 같지는 않았지만 전시실 한켠에서는 보다 현대적인(?) 도구들을 이용해서 출판과 관련된 체험 프로그램도 함께 진행되고 있더군요.


이렇게 예술촌 전체를 모두 둘러본 후 마지막으로 문화카페 오스에 들렀습니다. 널찍한 작업공간에서 직접 로스팅을 하시는 모습도 보이고, 누가 오건 말건 느긋하게 늘어져 있는 차우차우도 한 마리 있어서 분위기가 참 여유롭게 느껴졌습니다. 커다란 유리벽 너머로는 분수가 딸린 연못도 아기자기하게 꾸며져 있고 가격대도 대체로 합리적이니 잠시 휴식도 취하실 겸 한번쯤 들러보시길 추천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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