홋카이도에 도착한 첫날에는 해도 이미 저물고 아직 교통상황에 적응이 되지 않은 데다 눈발도 날리고 있어서 상당히 조심스럽게 운전을 했습니다. 시내 도로에서는 한쪽으로 치워둔 눈이 벽처럼 단단하게 얼어붙어서 가장자리 차선은 없다고 생각해야 되겠더군요.

 

자연적으로 녹기를 기다리는 건가 싶었는데 그래도 마냥 쌓아둘 수만은 없는지 시내 여기저기서 중장비들이 쌓인 눈을 계속 퍼내고 나르는 광경을 볼 수 있었습니다.

 

고속도로의 경우 삿포로 주변은 통행량이 많아서인지 비교적 제설이 잘 되어있는 느낌이었지만 북쪽으로 올라갈수록 날씨도 점점 험해지고 다니는 차들도 줄어들어서 도로에 눈이 상당히 많이 남아있었습니다. 게다가 더욱 놀라운 건 이런 도로에서도 시속 100km 넘게 쏘고 다니는 차들이 있다는 점이었고요.

 

고속도로 휴게소는 적당한 간격으로 있었지만 PA(간이 휴게소)는 물론이고 SA(종합 휴게소)라도 편의점과 화장실 정도만 갖추어져 있고 제대로 된 식당이나 주유소는 없는 경우가 많았습니다. 그나마 편의점에서 간단한 조리식품 정도는 판매하고 있더군요.

 

하지만 삿포로 도시권을 벗어나면 화장실과 자판기만 설치되어 있는 PA가 대부분이었습니다.

 

아무래도 연선 인구가 희박한 동네다 보니 고속도로도 왕복 2차선 구간이 많았습니다. 도오고속도로(道央自動車道) 노보리베츠무로란(登別室蘭)IC ~ 아사히카와타카스(旭川鷹栖)IC 구간 및 삿손고속도로(札樽自動車道) 전구간을 제외하면 홋카이도의 고속도로는 모두 왕복 2차선이라고 하네요. 그래도 교통량이 많지 않고 도중에 추월차선도 마련되어 있어서 큰 불편함은 없었습니다.

 

고속도로에서 내려서 후라노 방면으로 향하는 452번 유바리 국도를 탔을 때에는 도로 상태가 더욱 심하더군요. 그래도 4륜구동 차량과 적설에 대비한 여러 표지판의 도움으로 일정은 어찌어찌 큰 차질없이 소화할 수 있었습니다. 만약 우리나라에서 제 차로 이런 길을 다니라고 했다면 그날은 그냥 외출을 포기했겠지요.

 

곳곳에서 제설장비를 동원해서 눈을 치우는 모습도 볼 수 있었습니다.

 

가끔 이렇게 지붕이 씌워진 낙석방지시설(覆道)이나 터널이 나오면 어찌나 반갑던지요.

 

작은 지선도로들은 이렇게 겨울철 통행금지 표지가 붙어있고 아예 제설이 되어 있지 않은 경우도 볼 수 있습니다. 그리고 간선도로라도 야간에는 통행을 금지하는 경우도 있었구요. (저희가 지나갔던 경로 중에는 오타루에서 조잔케이로 넘어가는 조잔케이 레이크라인이 저녁 7시부터 아침 7시까지 폐쇄되더군요. 조금만 늦었더라면 당일 숙박 예약을 날릴 뻔 했습니다.) 네비에는 이러한 교통통제 정보가 반영되어 있지 않으니 사전에 홋카이도지구 도로정보를 참고하셔서 우회경로를 숙지해 두시는 것이 좋을 것 같습니다.

 

그래도 여행 후반에는 날씨가 많이 풀려서 대체로 큰 무리 없이 운전할 수 있었습니다. 사진은 샤코탄(積丹)에서 요이치(余市)로 돌아오는 방향의 해안도로(229번 라이덴 국도)인데 풍경이 참 아름다워서 드라이브 코스로도 손색이 없겠더군요.

 

저희가 방문했던 대부분의 관광지나 상점에는 주차장이 갖추어져 있었고, 설령 주차장이 없는 곳이라도 인근의 적당한 주차장을 미리 확인해 두고 출발했기 때문에 주차에 어려움은 없었습니다. 다만 오타루에서는 일정이 다소 밀리는 바람에 현지에서 급하게 주차장을 찾아보게 되었는데요, 원래는 600엔만 내면 종일 주차할 수 있는 관광주차장을 이용할 예정이었지만 한두 시간 정도만 세우기에는 약간 아까운 느낌도 들었고 무엇보다도 오르골당에서 너무 멀어서 영업시간을 맞추기가 어려울 것 같더군요. 그렇다고 운하 가까이에 있는 사설 주차장을 이용하자니 요금이 너무 비싸서(일반적으로 30분에 500엔, 혹은 20분에 300엔 정도) 고민하며 오르골당 쪽으로 차를 몰고 오던 도중에 30분 무료주차라는 표지판이 눈에 띄어 이를 따라가 보았습니다.

 

운하에서 오르골당 방향으로 17번 도로를 따라오다가 메르헨 교차로(メルヘン交差点)로 연결되는 사거리에서 좌회전한 후 다시 좌회전하여 안쪽으로 들어오다 보면 이렇게 노란색 천막이 덮인 주차장 입구가 보입니다(지도, 맵코드: 493 661 821*17). 간판에는 키타이치가라스(北一硝子) 특약 주차장이라고 되어 있습니다만 꼭 키타이치가라스를 이용하지 않더라도 기본적으로 30분은 무료이며 이후에도 20분당 100엔씩 요금이 올라가기 때문에 주변의 다른 사설 유료주차장에 비해 훨씬 저렴했습니다. 운하나 데누키코지(出拔小路), 오르골당 방향으로의 접근성도 괜찮았구요. 오타루에서 오래 머무르는 일정이 아니라면 이 주차장을 이용하시는 것도 좋을 것 같습니다.

 

노보리베츠 지옥계곡(登別地獄谷)에서는 입장료를 받지 않는 대신 주차요금(소형 500엔)을 받아서 시설 유지관리에 사용한다고 합니다. 그리고 동절기에는 폐쇄되긴 하지만 여기서 받은 주차권은 조금 더 올라가면 있는 오유누마(大湯沼) 주차장에서도 사용하실 수 있습니다.

 

여행 기간 동안 기름은 두 번을 넣었습니다. 교외로 나가면 주유소를 찾아보기 힘든 경우가 많아서 항상 여유를 두는 게 좋겠더군요.

 

주유원과 셀프주유기가 함께 있는 주유소도 있었지만 리터당 가격이 2~3엔 정도씩 차이나는 경우가 대부분이라 저는 셀프주유기만을 이용했습니다. 주유 전에 먼저 유종을 선택하고 지정된 금액을(가득 주유 시에는 보증금을 적당히) 넣으면 되는데요, 거스름돈이 발생할 경우에는 주유기에서 바로 거슬러 주는 게 아니라 주유기 주변이나 사무실에 있는 잔돈 정산기에 영수증을 찍고 돌려받아야 합니다.

 

빨간색 주유건이 레귤러 휘발유입니다. 우리나라랑은 다르게 고정 고리가 없어서 주유가 끝날 때까지 직접 주유건을 잡고 있어야 하네요.

 

치토세IC를 빠져나와 렌터카 영업소로 향하는 경로 상에서 가장 마지막에 위치한 주유소(홈페이지, 맵코드: 113 859 193*63)입니다. 여길 지나치면 반납 전에 마땅히 기름을 넣을 만한 곳이 없기 때문에 저희도 여기서 주유를 마치고 영업소로 향했습니다.

 

관련 포스트: 렌터카

3월 초에는 부모님을 모시고 홋카이도에 가족여행을 다녀왔습니다. 처음에는 홋카이도 레일패스를 이용한 기차여행을 생각했었지만 관광지로의 접근성도 그렇고 무엇보다 금액이 무시하지 못할 수준이라 결국 이번에도 렌터카를 이용하기로 했지요. 이런저런 업체들을 둘러보다가 프로모션 혜택도 많고 한국어 서비스도 충실해서 예전 오키나와 여행 때에도 이용했던 OTS 렌터카로 예약을 해 두었습니다.

신치토세 공항에서 영업 중인 모든 렌터카 업체들은 공항 외부에 영업소를 운영하고 있으며 공항 내에는 예약 내역을 확인하고 셔틀버스 탑승을 안내해주는 렌터카 카운터만 두고 있습니다. 그나마 국내선 청사의 경우에는 업체별로 독립된 렌터카 카운터가 있지만 국제선 청사에서는 1층에 위치한 교통 안내 카운터에서 안내를 대행해주고 있는데요, 아무래도 여러 업체를 한꺼번에 담당하다 보니 안내가 매끄럽지 못하거나 대기시간이 길어질 수도 있으며 업무시간이 종료되면 직접 렌터카 업체에 연락을 해야 하는 불편함이 있습니다. 하지만 OTS의 경우에는 국제선 청사에도 별도의 카운터를 마련해두고 있어서 이러한 부담을 상당 부분 덜 수 있습니다.

 

저희가 타고 온 에어부산 BX184편은 스케줄 상 오후 5시 40분에 신치토세 공항에 도착할 예정이었지만 이 날은 40분 정도 지연되어서 6시 반을 넘겨서야 겨우 입국장을 빠져나올 수 있었습니다. OTS 렌터카는 마감시간이 7시까지라 혹시나 차를 인수하지 못할까봐 조금 걱정이 되었는데요, 다행히 입국장을 나오면 바로 오른쪽에 있는 '투어 데스크 B' 구역에 카운터가 자리잡고 있어서 헤매지 않고 바로 찾아갈 수 있었습니다.

 

카운터의 직원분께 여권과 면허증을 보여드리고 예약내역을 확인한 후에 셔틀버스 탑승을 위해 잠시 기다렸습니다. 우리말로 상담할 수 있는 카카오톡 계정도 있어서 친구 추가를 하고 예약번호를 미리 전송해 두라고 하시더군요. 저희가 마지막 손님이었는지 그동안 직원분도 퇴근 준비를 하시더니 저희를 1층 승강장으로 안내하셨습니다.

 

영업소로 향하는 버스가 도착했습니다. 짐을 싣고 내리는 것까지 기사님께서 전부 다 해 주셔서 부담스러울 정도였어요.

 

공항에서 영업소까지는 버스로 약 10분 정도 걸렸습니다. 공항에서 미리 예약정보를 전송해 둔 덕분인지 영업소에 도착하자마자 한국인 직원분께 영상통화를 연결해 주셔서 중요한 사항들은 모두 영상통화를 통해 전달받고 현장에서는 계약서 확인 및 서명과 결제, 차량 인수 정도만이 일사천리로 진행되었습니다.

 

저희가 렌트한 차종은 토요타 C-HR이었습니다. 1,200cc 가솔린 엔진이라 출력이 조금 부족하지 않을까 생각했는데 터보라서 특별히 불편함은 없었으며 4륜구동이라 눈길에서도 상당히 안정적으로 운전할 수 있었습니다. 거기다 대부분의 홋카이도 소재 렌터카 업체에서는 3~4월까지 겨울용 타이어(스터드리스 타이어)도 기본적으로 제공하기 때문에 추가비용도 들지 않았고요.

 

외국인이 운전하고 있다는 표시도 붙어있네요.

 

크루즈 컨트롤도 가능하고 차선 인식 기능도 있는 것 같지만 눈 때문에 실제로 써 보지는 못했습니다. 대신 옆 차선의 차량이 가까이 있을 때 사이드미러에 경고 표시를 띄워주는 기능은 꽤나 편리하더군요. 그리고 후방 카메라도 장착되어 있었는데 정작 후방 감지 센서가 없어서 주차 시에 조금 더 조심스러워지는 느낌이었습니다.

 

전자식 주차 브레이크도 이 차에서 처음 만져봤습니다. 첫날에는 출발하거나 주차할 때마다 일일이 이걸 누르거나 당겨줬는데 나중에 알고 보니 기어를 D에 두면 자동으로 풀리고 P에 두면 다시 자동으로 브레이크가 걸리더군요.

 

네비게이션은 설정 메뉴에서 언어를 한글로 변경할 수 있었습니다. 다만 일본 네비의 공통적인 특징인지는 몰라도 안내가 약간 부실하고 가끔 이해하지 못할 경로로 안내해줄 때가 있어서 애매한 구간인 경우에는 구글 맵으로 찾아본 경로와 비교해가며 운전하곤 했습니다. 참고로 기어를 주행으로 놓은 상태에서는 목적지 검색이 불가능하니 꼭 정차 상태에서 조작하셔야 합니다.

 

지금까지 일본에서 이용했던 렌터카 중에서는 USB 음악 재생을 지원하는 차종을 보지 못했기에 평소에 제 차에서 쓰던 SD카드를 뽑아왔는데 여기에는 SD카드 슬롯조차 없더라구요. (CD와 AUX, 블루투스만 있었던 것 같습니다.) 하는 수 없이 휴대폰을 블루투스로 연결해서 음악을 들었습니다만 네비랑 달리 오디오는 다국어를 지원하지 않는지 한글로 된 곡 정보는 모두 깨져서 정상적으로 표시되지 않았습니다.

 

렌터카를 예약할 때 찾아본 C-HR의 단점으로는 뒷좌석 창문이 작아서 전망이 좋지 않고 트렁크 공간이 좁다는 점이었는데요, 실제로 28인치와 24인치 캐리어를 하나씩 넣으니 트렁크가 꽉 차서 기내용 캐리어 하나는 뒷좌석 가운데에 놓고 다녔습니다. 네 명이서 여행하기에는 짐을 실을 공간이 조금 부족할 것 같고 세 명 정도가 딱 좋을 것 같습니다.

 

일정상 고속도로를 탈 일도 몇 번 있었기에 렌터카를 예약할 때 홋카이도 고속도로 패스(Hokkaido Expressway Pass, HEP)도 함께 예약해 두었습니다. 저희는 5일을 이용할 예정이라 6,700엔이 들었구요, ETC 카드 대여료는 별도인데 OTS의 경우 324엔을 받더군요. 전체 톨비가 만엔 가까이 나왔으니 약 3,000엔 정도 절약된 셈이네요.

 

반납 시에는 같은 건물을 사용하는 OTS와 타임즈 렌터카의 차량 입구가 서로 다르기 때문에 표지판을 잘 확인하신 후 진입하셔야 합니다. 나중에 다시 말씀드리겠지만 영업소 바로 주변에는 주유소가 없기 때문에 치토세IC를 빠져나온 후 적당한 주유소에서 기름을 미리 넣고 오시는 것이 편합니다. (반납 시에 확인을 위해 영수증도 잊지 마시구요.)

 

5일 동안 약 920km 정도를 운전했고 연비는 도중에 한번 리셋하긴 했지만 13.5km/L 정도가 찍혔습니다. 일정상 산길이나 빙판길의 비중이 높았던 점을 감안하면 날씨가 좋고 고속도로 주행 비율이 높아질 경우 연비도 조금 더 좋아지지 않을까 생각됩니다.

 

반납 절차를 모두 마치고 다시 셔틀버스를 이용해서 공항으로 이동합니다. 기사님께서 출발 전에 국제선 청사로 가는지, 혹은 국내선 쪽으로 가는지를 미리 물어보시니 목적지에 맞게 알려주시면 됩니다.

 

관련 포스트: 늦겨울 홋카이도에서 운전하기

대마도는 아무래도 대중교통이 불편한 지역이고 저희 일행의 인원수도 많다 보니 일정의 절반은 렌터카를 이용하기로 하고 출발 전에 미리 여러 업체를 확인해 보았습니다. 하지만 저희가 찾는 7인승 정도의 차량은 흔치 않더군요. 오릭스나 버젯 등의 나름 메이저한 렌터카 업체에서도 대부분 소형차만 취급하길래 결국 요금은 조금 더 비쌌지만 선택지가 다양한 토요타 렌터카를 예약했습니다.


저희가 예약한 토요타 렌터카 이즈하라점은 이즈하라항 여객터미널을 등지고 우회전해서 이즈하라 시내 방향과는 반대로 조금 걸어가다 보면 이렇게 보입니다. 송영차량이 있는 걸로 봐선 픽업도 해주는 게 아닐까 싶긴 한데 워낙 손바닥만한 동네기도 해서 따로 물어보진 않았습니다.


입국 수속이 오래 걸린 바람에 예약시간보다 15분 정도 늦게 도착했는데 직원분께서 미리 서류를 모두 꺼내놓고 계시더군요. 여권과 국제운전면허증, 한국면허증을 복사한 뒤 간단한 설명을 듣고 결제까지 모두 일사천리로 마쳤습니다. 한글로 된 안내와 우리나라 사람들이 주로 방문하는 목적지에 대한 맵코드 목록까지 주셔서 일본어를 전혀 몰라도 큰 지장은 없을 것 같았습니다. 그리고 반납하기 전에 기름을 가득 채웠다는 걸 확인하기 위한 증명서도 함께 받았습니다.


예약할 때 차종을 따로 지정하지 않고 7인승 RV/왜건에 해당하는 W1 등급을 선택했더니 아이시스가 배정되었습니다. 조수석쪽 도어가 레이처럼 B필러리스 형식으로 되어 있어서 짐을 싣거나 타고 내릴 때 편해보이더군요. (운전석 쪽은 B필러가 있어서 그런 개방감을 느껴보진 못했습니다만...)


그리고 차량의 앞뒤에는 이렇게 국제면허로 운전하고 있다는 표식이 붙어 있어서 주변 차량들이 조금 더 배려와 주의를 기울일 수 있도록 되어 있었습니다.


사실 정원이 7인승이라고는 해도 4명 정도가 적정 인원이라고 되어 있었기에 타보기 전에는 약간 좁지 않을까 하는 걱정도 들었습니다. 하지만 3열의 시트 하나를 접고 짐을 실으니 남자 다섯 명이서 여행하기에도 크게 불편함이 없었습니다. 3열을 모두 다 사용한다면 24인치 캐리어가 두 개 정도, 저희처럼 한 쪽만 접으면 캐리어 4~5개 정도는 충분히 들어갈 수준이었습니다.


운전석은 당연히 우핸들이고 굉장히 심플했습니다. 오키나와에서 처음 운전했을 때보다는 한결 적응하기 편했던 것 같네요.


네비게이션도 미리 한글로 세팅되어 있었습니다. 목적지는 전화번호로도 검색이 가능하지만 전화번호가 없는 곳도 있기에 저는 미리 맵코드 검색 사이트에서 맵코드를 정리해 왔는데 어지간한 관광지나 식당 등은 렌터카 사무실에서 주는 목록만으로도 충분할 것 같습니다.


대마도 내의 도로 교통량은 많지 않았지만 그만큼 도로 사정도 그리 좋진 않았습니다. 이즈하라와 히타카츠를 연결하는 간선 역할을 하는 382번 국도도 전구간이 왕복 2차선이며 그마저도 가끔 노폭이 좁아져서 아슬아슬하게 교행해야 되는 구간이 있을 정도였으니까요. 지방도로 내려가면 사정이 더욱 나빠져서 반대쪽에서 오는 차량이 지나가기를 기다려야 되는 구간이나 골목길과도 같은 구간들이 비일비재했습니다. 곳곳에서 선형 개량이며 확장 공사가 이루어지고 있었지만 아직은 주의를 기울여 운전해야 할 구간들이 많아보였습니다. (물론 동네 주민분들은 워낙 익숙해서 그런지 이런 도로에서도 마구 쏘고 다니시더군요.)


한편으로는 이렇게 야생(?)의 느낌이 남아있기에 드라이브의 즐거움도 더욱 커지는 것 같습니다. 특히 슈시강 단풍길은 정말 가을에 한번 더 와보고 싶다는 느낌이 들 정도였네요.


이즈하라 시내를 제외하면 대부분의 관광지나 마트는 무료주차장을 끼고 있어서 주차문제를 겪었던 적은 거의 없었습니다. 히타카츠의 경우에는 국제여객터미널 옆 송영객 주차장(여긴 호텔에 물어보니 장기주차나 밤샘주차는 안된다고 합니다.)이나 상점가 근처에 있는 넓은 주차장을 이용하면 되구요.


이즈하라 시내에서는 호텔 체크인 시에만 잠깐 세워둘 곳이 필요했기에 티아라몰 지하주차장을 이용했습니다. 티아라몰 지하주차장은 90분까지 무료주차가 가능하며 이후에도 주차요금이 30분당 50엔이라 크게 부담스럽지는 않습니다. 다만 입출차는 아침 8시 30분부터 밤 11시 사이에만 가능합니다.


렌터카를 반납하기 전 이즈하라항 근처 주유소에 들러 기름을 가득 채우고 이렇게 증명서에 확인까지 받았습니다. 이틀 동안 꼬불꼬불한 산길을 200km 넘게 운전했는데도 주유비가 2,500엔 정도밖에 안 나온 걸 보면 연비는 꽤 괜찮은 것 같네요. 마지막으로 대리점에서 차키와 함께 이 증명서를 제출하면 차 외관을 간단히 체크한 후 반납이 완료됩니다.


이번에 3박 4일로 다녀온 오키나와 여행 일정 중에 2박 3일은 렌터카를 이용했습니다. 출발하기 전에는 약간 걱정이 되기도 했지만 생각보다 훨씬 편리하고 적응하기에도 어렵지 않더군요. 저희가 이용한 렌터카 업체는 OTS 렌터카였는데 홈페이지(한국어/일본어)에서의 예약도 편리하고 응대도 친절한 편이었습니다. OTS의 경우 한국어 홈페이지가 이용하시기에는 좀 더 수월하지만 가격은 일본어 홈페이지에서 예약하시는 쪽이 약간 더 저렴하기 때문에 편리하신 쪽을 이용하시면 될 것 같습니다. (뒤에서 설명드리겠지만 일본어 홈페이지를 통해 예약하셔도 한국어 네비게이션을 이용하실 수 있습니다.)




차량 픽업은 저희가 묵은 호텔과 가까운 츠보가와역앞점(壷川駅前店)을 선택했습니다. 츠보가와역앞점은 유이레일 츠보가와역과 인접한 머큐어 호텔 내에 위치해 있는데요, OTS 렌터카 접수 표지판만 보고 찾아갔더니 접수는 이쪽이 아니고 호텔 로비로 가라고 안내해 주셨습니다.




실제 차량 픽업은 이렇게 호텔 입구 앞에서 이루어집니다.




호텔 로비에 있는 OTS 렌터카 카운터에서 우리나라 면허증과 국제면허증을 제시한 후 결제와 함께 간단한 설명을 듣고 차를 픽업하러 밖으로 나갑니다. 일본어 외에 아마 영어도 통하지 않을까 생각되며 츠보가와역앞점에는 중국어가 가능한 직원분이, 그리고 린쿠토요사키 영업소(臨空豊崎営業所)에는 한국어가 가능한 직원분도 계시다고 합니다.




자동차 외관을 간단히 점검하고 시동을 거는 방법에 대해 설명을 들은 후 차량을 인수했습니다.




오키나와 도로지도와 함께 차량 점검표를 받았습니다. 이 점검표는 잘 보관하셨다가 반납할 때 다시 제출해야 합니다.




제가 빌린 차는 1,500cc급 하이브리드 차량인 토요타 아쿠아입니다. 하이브리드 카는 처음 운전해봤는데 굉장히 조용하고 가감속 시에도 느낌이 독특하더군요. 하이브리드도 이 정도인데 전기차는 과연 어떨지 궁금해집니다.




차량 크기는 소형이라고 보시면 될 것 같습니다. 저희처럼 일행이 세 명 정도면 넉넉하게 여행할 수 있으리라 생각됩니다.




번호판은 렌터카를 뜻하는 '와(わ)'로 시작되네요.




트렁크 크기는 이 정도입니다. 24인치 캐리어를 세 개 넣으면 딱 맞을 것 같습니다.




운전석은 당연히 오른쪽에 있구요.




시동을 거는 방법은 기어가 P에 있고 핸드 브레이크가 채워진 상태에서 스마트키를 차내에 두고 브레이크 페달을 밟은 후 시동 버튼을 3초간 누르면 됩니다. 엔진음이 들리질 않다보니 자동차가 아니라 마치 전자제품에 전원을 넣는 느낌이었습니다.




우핸들 좌측통행 자체에는 금방 적응할 수 있었습니다만 가장 헷갈리는 부분은 방향지시등과 와이퍼였습니다.-_- 아무래도 우리나라 차와는 위치가 반대이다보니 방향지시등을 넣는다는게 와이퍼를 켜기 일쑤였죠. 의식하고 있을 때에는 괜찮지만 급하게 차선을 바꾸거나 해야 할 때에는 참 헷갈리더군요. 그 외에 신경쓰였던 부분은 비보호 우회전(우리나라의 좌회전에 해당)이었는데 교통량이 많은 교차로에서는 대부분 우회전 신호가 따로 있거나 시차식 신호등이 설치되어 있어서 다니다 보니 크게 문제가 되진 않았습니다. 그리고 별도의 금지 표시가 없는 경우에는 어디서든 유턴이나 우회전이 가능하기 때문에 앞차와는 항상 충분한 거리를 유지하시는 것이 좋으며 적색 신호일 경우에는 좌회전(우리나라의 우회전에 해당)도 하시면 안됩니다.




네비게이션의 경우 차량을 인수할 때 네비게이션 설정을 한국어로 할 것인지를 물어보시길래 그렇게 부탁했습니다. 다만 음성 안내와 일부 지명이 한국어로 나오고 자주 사용하는 몇몇 기능이 영어로 표시되는 것 외에 나머지 정보들은 여전히 일본어로 표시됩니다.





사용하는 데에 큰 불편함은 없지만 우리나라 네비게이션에 비해 뭔가 휑하네요. 목적지 검색은 전화번호나 맵코드를 이용하시면 편리합니다.




안내는 정확하고 충실한 편이지만 가끔 멀리 돌아가도록 안내하거나 업데이트가 되지 않은 정보도 존재하기 때문에 구글 맵 등을 이용하여 가고자 하는 경로를 미리 확인해보시는 것이 좋을 것 같습니다.




고속도로 시스템은 우리나라와 거의 유사한 것 같습니다. 기본적으로 차량에 ETC 단말기는 설치되어 있지만 해외여행객의 경우 ETC 카드를 소지하고 있는 경우가 드물기 때문에 그냥 티켓을 뽑고 출구에서 현금을 지불하시면 됩니다. 고속도로의 경우 제한속도는 80km/h지만 소통이 원활할 때에는 100km/h가 넘는 속도로 달리는 차들도 흔히 보였습니다.




톨게이트는 ETC 전용과 일반 출구로 구분되어 있습니다. 저희는 ETC 카드가 없으니 일반 출구로 갑니다.




요금표에서 노란색은 경차 요금입니다. 생각보다 그리 저렴하진 않네요.




액션캠을 들고 가서 가끔 이렇게 풍경을 찍어보기도 했습니다.



미유키 비치 ~ 쿄다 휴게소


코우리 대교


미유키 비치 ~ 만좌모


58번 국도 나하 시내구간




차량 반납은 나하공항과 연계되는 린쿠토요사키 영업소로 신청했습니다. 차가 생각보다 많이 막혀서 반납예정시간 10분 전쯤에 전화를 통해 늦을 것 같다고 미리 양해를 구했더니 추가요금 없이 반납이 가능했습니다. (안심팩에 포함된 서비스 중에 1시간 전에 미리 연락하면 반납시간을 1시간까지 무료로 연장할 수 있다고 하는데 아마 이걸로 처리된 게 아닐까 싶습니다.) 혹시 제 짧은 일본어가 잘 안 통할까봐 한국어가 가능한 직원분을 연결해달라고 부탁드렸는데 우리나라 분은 아니고 한국어를 어느 정도 구사하실 수 있는 일본 분이셔서 의사소통이 아주 매끄럽진 않았습니다. 그리고 나하 도시권이나 주요 도로는 교통량이 생각보다 꽤 많기 때문에 항상 여유있게 움직이시는 것이 좋을 것 같습니다.




반납 전에 연료를 꽉 채워서 반납해야 하는데 OTS 렌터카 반납장 입구에 에네오스 주유소가 있어서 기름을 넣은 후 바로 반납이 가능합니다. 영어로도 의사소통이 가능하기 때문에 주유하시는 데에 큰 어려움은 없으실 겁니다.




반납을 마친 후 셔틀버스를 타고 나하공항으로 이동합니다. 짐을 실을 때에 기사님이 국제선으로 갈지 국내선으로 갈지를 물어보시는데 이에 맞추어 짐을 싣고 정차 위치를 결정하는 것 같습니다.




린쿠토요사키 영업소에서 나하공항까지는 보통 약 10분 정도가 소요된다고 하는데 이날은 주말이라 그런지 차가 많이 막혀서 20분 정도 걸려서야 공항에 도착할 수 있었습니다. 국제선의 경우 터미널이 협소하고 체크인 카운터나 짐 검사 라인이 적기 때문에 주말에는 혼잡한 편이라 항상 여유를 가지고 움직이시는 쪽이 좋으리라 생각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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